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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an 03. 2023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셰익스피어, <햄릿>)

<라이프 오어 데스>(북로드, 2018)을 읽고


To be or not to be, that is a question

윌리엄 셰익스피어, <햄릿>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 <햄릿>에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글귀가 있다.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데 뒷부분은 이렇다. 


"격노한 운명의 화살과 물맷돌을 마음속으로 견뎌내는 것이 더 고귀한가, 아니면 무기를 들고 곤경의 바다에 맞서 끝을 내는 것이 더 고귀한가."


 견뎌내는 삶과 죽을 각오로 맞서 싸우는 삶 중 어떤 삶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내용이다. 때로는 죽는 게 낫다고 생각되는 삶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마이클 로보텀은 <라이프 오어 데스(Life Or Death)>(북로드, 2018)에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약속과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마이클 로보텀은 호주의 범죄소설가다. 범죄자에 대한 치밀한 관찰과 철저한 고증으로 몰입도 높은 추리소설을 쓴다. 네드 켈리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추리작가협회에서 주는 골드 대거상도 받았다. <라이프 오어 데스> 역시 탈옥수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추리 소설이다. 


 700만 불의 돈이 사라진 드라이퍼스 카운티 무장 트럭 강탈 사건의 살아남은 유일한 용의자, 오디 파머. 출소를 하루 앞두고 그는 탈옥한다. 왜 그는 하루를 남기고 탈옥했을까? 그의 탈옥으로 무장 트럭 강탈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다. 


 살아가는데 좌절감을 주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삶을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오디의 벨리타를 향한 명목적인 사랑은 오디를 여러 번 좌절시켰다. 어반에게 구타당하고 목숨을 건 위험한 여행을 떠나게 한다. 


 하지만 동시에 오디의 삶에 목적을 부여했다. 오디는 벨리타에게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듯한 끔찍한 감옥생활을 견뎠다. 


그를 가만 두기만 했더라면.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던 그 수많은 시도들에 굴복하거나 매일 감옥에서 끝도 없이 풀려나오던 폭력의 실타래에 희생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벨리타의 기억을 포기할 수 없었다. 

마이클 로보텀, <라이프 오어 데스>, 북로드 

 오디 파머의 탈옥 성공은 독자들에게 안도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사실 오디 파머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다. 우직하고 성실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도중에도 침착하고 성실하여 어반의 신임을 얻는다. 여기에 한 여자밖에 모르는 순애보이기까지 하다. 사랑하는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을 견뎠다. 현실성 없는 캐릭터지만 그럼에도 그의 상황에 몰입하고 그를 응원하게 되는 까닭은 우리의 현실에도 오디 파머 같은 캐릭터가 정의를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다들 일어서서 박수를 치고 있다. 교도소의 거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거친 남자들이다. 

마이클 로보텀, <라이프 오어 데스>, 북로드, 547쪽

 우리가 수많은 고난과 좌절에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저마다의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하고 남들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듯한 목적이라도 목적을 향해 노력하는 삶들은 장엄한 삶이다. 책을 읽고 나면 제일 앞장의 알베르 카뮈의 말이 다시 와닿는다. 

아름다운 사랑, 또는 위험이 없다면 인생은 거저먹기나 다름없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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