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크 도시, 산 세바스티안
토를라에서의 빡빡한 일정을 마치고 산 세바스티안San Sebastian에 도착했다. 산 세바스티안은 바스크 지역의 휴양지로 바스크 말로 도노스티아Donostia라고도 불린다. 도시는 작지만 마을 안에 미슐랭을 받은 식당들이 많아 미식의 도시로도 불린다.
간단히 아침을 챙겨 먹고 숙소를 나섰다. 산 세바스티안은 도시가 작아 걸어서도 충분히 도시를 돌아볼 수 있다.
산 세바스티안 대성당은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이 돋보이는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산티아고 순례길 위에 있기도 하다. 대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해안가로 갔다.
해안가에 가니 모래 위에 글씨가 빼곡했다. 어떤 말인지 찾아보니 자유, 환대, 평화 등이 쓰여 있었다. 바스크 지방은 스페인 내에서도 독립 의지가 강한 지역인데 그 영향이 아닐까 싶었다.
해안가를 지나 안드린 요새Andreen Bateria로 올라갔다. 해안가를 따라서 구불구불 올라가는데 요새 위에는 해수 예수상(?)이 있어서 올라가기 쉬웠다. 비스케이만의 바다가 보이는 요새였는데 날씨가 흐려 아쉬웠다.
요새를 한 바퀴 돈 후 구시가지로 내려와 산 세바스티안의 명물인 타파스 골목으로 갔다. 먼저 산 세바스티안을 방문한 친구에게 한 핀초Pincho/Pintxo 바를 추천받았는데 휴가철이라 그런지 문을 닫았다. 아쉬운 대로 근처의 다른 핀초 바에 갔다. 스페인에는 타파스Tapas라는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오는 요리가 있다. 이보다 더 작은 이쑤시개에 재료를 꽂아 한입거리로 만든 것을 핀초라고 한다. 타파스는 주로 남부 지방에서, 핀초스는 북부지방에서 발달했다.
가리비, 멍게, 정어리, 새우, 치즈까지 다양한 재료로 만든 핀초스가 눈을 사로잡았다. 한 끼 식사는 아니고 안주와 비슷해서 바스크 지방 명물인 사과주인 시드라Sidra를 곁들여 먹었다. 시드라는 사과주와 다르게 사과 식초와 비슷한 맛이었다. 달지 않고 시큼했다. 핀초스를 다 먹고 입을 헹구기에 적합한 맛이었다. 원래는 여러 핀초 바를 돌아다니며 조금씩 먹어야 하는데 시간이 일러 많이 먹지 못했다.
점심을 먹고 바스크 지방에서 유래한 바스크 치즈 케이크를 샀다. 마찬가지로 원조로 유명한 집은 휴가를 갔는지 문을 닫아서 평점이 높은 빵집에서 바스크 케이크와 치즈 케이크를 샀다.
실망스럽게도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사 먹는 치즈 케이크가 더 맛있었을 정도였다. 바스크 케이크는 달걀 맛이 강하게 났다.
산 세바스티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스크 기만큼이나 많이 보였던 팔레스타인 국기였다. 많은 가정집에서 걸어 놓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볼 수 있었다. 아프리카와 가까운 지리적 요인으로 이슬람 국가 출신의 난민이나 이민지가 많은 이유도 있겠지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침공이 바스크 지방 사람들에게도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였다.
바스크는 카탈루냐와 함께 스페인에서의 독립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지금은 고요해졌지만 무장 독립 단체인 ETA가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했고,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살고 있다. 바스크 주 정부는 세금 자치권까지 확보하여 카탈루냐보다 좀 더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기도 하다. 독립을 꾸준히 주장했지만 1900년대 초 프랑코 정권의 탄압과 게르니카 사건으로 독립 열망이 정점에 달했다.
산 세바스티안에서 크고 작은 팔레스타인 국기를 보면서 이 도시가 자유와 자치를 중시하는 바스크 지방의 도시라는 걸 새삼스레 확인했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2066910
제이가족의 여행 팁
1. 산 세바스티안 시내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스타벅스에 가면 된다. 돈을 내지 않고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2. 산타 마리아 델 코로 성당Basilica de Santa Maria del Coro 앞에 핀초 바가 많으며 이 중 평점이 높은 곳을 선택하면 된다. 여러 곳의 핀초 바에서 식당의 특색이 묻어 나는 핀초들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행 사이트에서는 핀초 바 투어 패키지를 운영하기도 한다.
3. 산 세바스티안의 노상 주차장을 이용할 때에는 색에 유의해야 한다. 도로 바닥에 녹색, 파란색, 하얀색 선이 있는 곳 안에 주차가 가능하다. 색에 따라 최대 주차 가능 시간이 다르니 이를 잘 확인해서 주차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