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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에 오면 구겐하임 덕후가 돼...

by 고목나무와 매미

오후에 빌바오에 도착했다. 빌바오는 철강도시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구겐하임 재단의 도움으로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면서 관광 도시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우리가 빌바오에 도착했을 때는 빌바오에서 가장 큰 행사인 Aste Nagusia(Semana Grande)가 열리고 있었다. 빌바오 시내는 차량이 통제되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미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숙소가 빌바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경찰한테 상황을 설명하고 나서야 주차가 가능했다.

주차를 하고 가장 먼저 간 곳은 아르찬다 전망대. 빌바오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거나 차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우리는 푸니쿨라를 이용했다. 아르찬다 전망대에서는 빌바오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높은 빌딩 앞에 구불거리는 지붕을 가진 구겐하임 미술관을 금방 찾을 수 있다. 구겐하임 미술관을 본 순간 누구나 그 특이한 건물에 빠지게 된다.

빌바오에 도착한 다음 날,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향했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것으로 흔히 생각하는 미술관 건물과 다르게 생겼다. 프랭크 게리는 의뢰를 받으면 해당 건축물이 지어질 환경을 고려하여 건물을 설계한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철강도시였던 빌바오를 생각하며 티타늄 등을 외장재로 사용했고, 강가에 지어질 것을 고려하여 곡선이 많이 들어갔다.

구겐하임 미술관은 대부분 상설전시로 대규모 작품들이 설치가 되어있다. 우리나라의 리움 미술관과 호암 미술관에 각각 전시되어 있는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도 있고, 제프 쿤스의 <튤립>, <퍼피>도 있다. 박물관이 크다 보니 작품이 많지 않아도 돌아보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작품도 작품이지만 미술관 안팎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건물의 구조에 더 매료된다. 정형화된 공간을 벗어나서 어떻게 이런 미술관을 지었을까 감탄만 하게 된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미술품인 셈이다.

미술관을 돌아보고 나서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 갔다. 빌바오 역시 해안 도시로 해산물로 유명하다. 나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해산물을 좋아하기에 구글 지도에서 평점이 좋은 식당을 선택했다. 가리비 구이, 회와 비슷한 카르파초, 문어, 삼치(?)를 시켰다. 해산물도 신선하고 문어도 부드러워 어패류를 잘 먹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었다.

빌바오에는 구겐하임 미술관 말고도 볼 거리가 많다. 특히 축제 기간에 가면 다양한 행사 부스와 길거리 버스킹, 전통 공연, 갓 튀겨낸 따끈따끈한 추로스까지. 하지만 빌바오에 도착하면 구겐하임 미술관 덕후가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전망대에 가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게 되고, 강을 따라 걸어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만나게 되고 시내를 걸어도 구겐하임 미술관을 찾게 된다. 빌바오를 관광도시로 부활시킨 1등 공신이니 이 정도의 사랑은 받아도 되지 않을까?


제이 가족의 팁

1. 8월 15일부터 약 2주동안 빌바오에서 가장 큰 행사인 아스테 나구시아가 열린다. 렌터카를 이용해 빌바오에 가는 사람이라면 이 기간에 차량 통제가 되지 않는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이 좋다.


2. 늦은 저녁까지 즐기는 스페인 문화와 빌바오에서 가장 큰 행사가 합쳐지면 새벽 3시까지 거리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는 현지인들을 볼 수 있다. 소음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이 기간에는 중심지에서 벗어난 곳에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3. 구겐하임 미술관은 항상 북적이는 곳으로 미리 예약하면 저렴하진 않더라도 입장 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가 티켓 가격에 포함되어 있지만 빌리는 사람이 많고 절차가 번거로워 챗GPT나 구글 제미나이같은 생성형 AI를 활용하면 알차게 관람이 가능하다. "네가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큐레이터라고 생각하고 관람 노선에 맞춰 유명한 작품들을 설명해줘"라고 프롬프트를 넣으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설명이 부족한 작품은 사진을 찍어 AI에게 "이 작품의 이름과 특징, 간단한 역사에 대해 설명해줘"하면 보충 설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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