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04. 2022

27시간 만에 만난 이탈리아

할 수 있다, 부모님과 유럽 여행 Log 0

인천 국제공항 - 아부다비 국제공항 - 밀라노 말펜사 국제공항


며칠 동안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붓던 비가 그치고 만난 맑은 날. 동생이 집에 도착하기가 무섭게 짐을 챙겨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어깨가 들썩이는 노래를 들으며 한 시간 정도를 차로 달리니 인천대교가 보이기 시작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아래 인천대교가 보이자 인천 국제공항에 거의 다 온 것이 실감 났다. 동시에 2년 반 만에 정말로 해외로 여행을 가는 사실 역시 실감 났다. 주차장에 차를 맡기고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코로나 19의 유행 기간 동안 새 단장했는지 더 크고 깨끗해진 공항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출국층에서 에티하드 항공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했다. 체크인 후 와이파이 도시락을 찾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해외여행 제한이 조금씩 풀리면서 공항에 이용객들이 북적북적하다는 뉴스가 많았었는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오후라 그런지 한산한 편이었다. 덕분에 보안 검색과 출국 심사도 빨리 끝낼 수 있었다. 면세품을 찾기 위해 면세점으로 향했다. 면세점에서 코로나 19의 영향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었다. 항상 사람들로 넘쳐나던 면세점 카운터는 불이 꺼져 있었고 번호표를 뽑지 않아도 될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면세품을 받은 후 찾은 공항 라운지는 공항 내에서 유일하게 코로나 19 이전의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들어가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물밀듯이 들어왔다. 여기에 엄마의 카드가 규정이 바뀌어 더 이상 무료 이용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른 카드로 라운지를 이용하기 위해 카드 번호와 유효 기간을 조회해야 했다. 하지만 어플이 너무 복잡해서 동생이 30여분을 카드 상담 센터와 통화를 하면서 확인한 끝에 우여곡절 끝에 라운지를 사용할 수 있었다. 라운지 카운터를 들어오면서 엄마는 "너희 없으면 이제 라운지 이용도 못하겠다"라고 한 마디 하셨다. 


 혼란을 겪은 후에 먹는 음식들이라 더 꿀맛이었다. 앞으로 열흘 동안은 한국음식을 실컷 먹을 수 없기에 인파를 뚫고 떡볶이, 비빔밥 등을 접시에 꼭꼭 눌러 담아 먹었다.  


 라운지에서 배를 든든히 채운 후 비행기에 탔다. 아부다비까지 가는 비행기는 거의 만석이었다. 다행히 우리 옆자리에 사람이 타지 않아 아부다비까지 가는 동안 비교적 쾌적하게 갈 수 있었다. 


  9시간 동안의 비행을 마치고 아부다비 공항에 내렸다. 비행기에서 나오자마자 아부다비의 찌는 듯한 더위에 '아 여기가 바로 사막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여기저기에 있는 기도실과 무슬림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 여러 기하학적 무늬들이 아랍국가의 공항임을 나타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 4시간 동안 체류를 했는데 불편한 의자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 하여 비행기 타는 시간보다 더 힘들었다. 동생은 심지어 팔걸이가 있는 의자의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누워서 잠을 청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밀라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에티하드 항공의 기내식들은 모두 맛있었지만 밀라노행 비행기에서 네 번째 기내식을 먹을 때쯤에는 입과 위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인천-아부다비 기내식


아부다비-밀라노 기내식

  밀라노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비행기 좌석 화면으로 지금은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를 수백 번 확인했다. 공항에 도착 직전 양치를 하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 떡지기 시작한 머리, 꾸깃꾸깃한 바지와 티셔츠, 터질 것 같은 발.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누가 봐도 집을 나온 지 오래된 사람의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의 비행으로 부모님의 상태가 가장 걱정되었다. 하지만 다행히 두 분 다 모두 기내식도 남김없이 드셨고 조금씩 구겨진 옷자락을 제외하고는 집을 떠날 때와 같은 모습이셨다. 

"Ladies and gentlemen, welcome to Malpensa International Airport."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드디어 27시간 만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캐나다 말고 이탈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