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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18. 2022

Buon Giorno, 가르다 호수!

할 수 있다, 부모님과 유럽 여행 Log 1

27시간 만에 도착한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서 예약한 렌터카를 찾은 우리의 첫 목적지는 최근 '텐트 밖 유럽'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와 소소하게 화제인 가르다 호수(Lago di Garda)였다. 가르다 호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다. 호숫가에 자리 잡은 그림과 같은 아기자기한 마을들이 운치를 더해준다.


 밀라노에서 가르다 호수로 가기 위해서 고속도로를 탔다. 톨게이트에서 통행권을 뽑고 쭉 뻗은 고속도로를 순조롭게 달렸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려는 순간 위기를 맞이했다. 직원이 없는 톨게이트 부스에서 통행권을 넣었는데 계속 '유효하지 않은 통행권'이라고 뜨면서 빠져나갈 수 없었다. 뒤에는 차들이 계속 줄을 섰다. 시원한 날씨에도 식은땀이 뻘뻘 났다. 통행권을 넣었다 기계가 뱉기를 여러 번. 기계 옆 스피커에서 'Buon Giorno(이탈리아 인사로 good morning이란 뜻)'가 들렸다. 순간 2초의 정적이 흘렀다. 영어로 더듬더듬 우리의 상황을 설명했다. "밀라노 동 톨게이트에서 이 통행권을 받았는데 기계가 이 통행권을 읽지 못해요." 다시 3초의 정적. 정적이 흐른 후 기계에는 우리가 계산해야 하는 고속도로 이용 비용이 떴고 그제야 우리는 톨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다시 조금을 달리자 가르다 호수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르다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마을 중 한 곳인 데센자노(Desenzano)로 향했다. 주차장을 찾아 차를 대고 조금 걸어 내려오자 끝이 어딘지 가늠할 수 없는 호수가 보였다. 파란 하늘 밑에 보이는 더 파란 호수가 27시간 동안의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주황색 미끄럼틀이 달려있는 작은 배들 주변으로 웃고 있는 사람들이 호수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한가로운 풍경에 나도 모르게 가만히 호수를 보고 서 있었다.

 아침 일찍 밀라노에 도착해서 정신없이 가르다 호수에 도착한 우리는 점심을 먹기로 했다. 호수의 일부가 보이는 식당에서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했다. 파스타를 한 입 먹으니 '이것이 진정한 이탈리아 파스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봉골레에서는 조개의 비린맛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고 면은 퍼지지도 덜 익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이었다. 피자는 토마토소스, 치즈, 버섯만이 올라가 있었지만 맛이 훌륭했다. 먹으면 버섯의 향이 퍼지면서 치즈의 고소함이 느껴졌다. 평소에 양식을 잘 드시는 엄마는 물론 한식파인 아부지까지 맛있게 드셨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시르미오네로 가는 배를 탔다. 시르미오네(Sirmione)는 버스킹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에 나왔던 마을로, 스칼리제로 성(Scaligero Castle)을 중심으로 한 오래된 유적지들이 있다. 세월의 색이 그대로 느껴지는 성벽 주변으로 초록색 나무들과 화사한 꽃이 어우러져 데센자노와는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시르미오네에서 젤라토도 사 먹고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에 발도 담갔다. 호수의 크기가 커서 그런지 바다처럼 파도가 쳤다. 유유자적 호숫가를 따라 산책했다. '비긴 어게인'에 나왔던 나무로 만든 데크도 찾아가 보고 호숫가 바로 옆에 있는 숲도 따라 걸었다.


 마음이 뻥 뚫리는 가르다 호수를 뒤로하고 이번 이탈리아 여행의 진짜 목적지, 오르티세이(Ortisei)로 향했다. 오르티세이는 돌로미티의 관문 중 하나로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등 유명한 관광지로 향하는 케이블카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차로 30분 정도를 달리니 거대한 호수는 사라지고 대신 거대한 돌들로 뒤덮인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 시간 반 만에 오르티세이에 도착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햇반과 반찬들로 저녁을 간단히 먹었다. 집을 떠난 지 36시간 만에 침대에 몸을 뉘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운전을 시작한 동생까지 시차가 무색하게 머리를 대자마자 코를 골면서 잠들었다.  




뽀제이 엄마의 여행 팁!

     이탈리아에서 렌트를 할 때에는 강도 및 대부분의 손실이 보장되는 풀커버 보험을 들자. 비싸더라도 속 편하다.    

     시르미오네는 인기 관광지인 만큼 들어가는 데 차가 막히거나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근처 마을에 주차하고 배나 버스를 이용하자.    


투제이 실무의 여행 팁!

     밀라노 말펜사 공항 1 터미널에서 지하로 내려오면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있다. 렌터카 표시를 따라 가자.    

셀프서비스 톨게이트 이용할 때 문제가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직원에게 천천히 또박또박 상황을 이야기하자.    

     오르티세이를 포함한 돌로미티 대부분의 마을에서 마트는 7시 반 이전에 닫으므로 장은 미리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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