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27. 2022

알페 디 시우시의 햇살 좋은 날

할 수 있다, 부모님과 유럽 여행 Log 2

 전날 피곤했던 탓인지 가족 모두 꿀잠을 잤다. 유럽 여행을 가면 항상 시차 때문에 5시, 6시에 일어나시던 부모님도 중간에 깨는 일 없이 통잠을 주무셨다. 고양이 세수만 겨우 하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니 빵부터 햄, 달걀, 과일까지 푸짐한 아침식사 한 상이 차려져 있었다. 과일이 특히 맛있었다. 그중에서도 천도복숭아가 향기로우면서 달달해 아침을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오르티세이에서의 아침 식사

 아침을 배불리 먹고 돌로미티를 감상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우리가 처음 숙소를 잡은 오르티세이(Ortisei)라는 마을로 돌로미티 국립공원의 서쪽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오르티세이에서 유럽의 가장 큰 산악 초원인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와 뾰족한 봉우리가 멋진 세체다(Seceda)를 볼 수 있는 케이블카를 운행한다. 


흔한 마을 뒷산
알페 디 시우시로 가는 케이블카


오르티세이 시내에서 만난 귀여운 자석과 예쁜 호텔

 트래킹 할 때 필요한 물과 간식을 사기 위해 마트가 여는 시간에 맞추어 오르티세이 중심에 도착했다. 작은 개울이 흐르는 오르티세이는 동화 속에 나올법한 아기자기한 마을이었다. 집집마다 화사한 꽃들로 꾸며져 있어 여름의 알프스 느낌을 더해주었다. 작은 마을의 아기자기함을 좋아하는 엄마와 동생은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사진을 찍었다. 

 오르티세이에서 알페 디 시우시로 향하는 케이블카를 탔다. 파란 하늘과 대조를 이루는 빨간 케이블카를 타고 약 10분 정도를 오르니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졌다. 그 뒤로 보이는 산들이 웅장했다. 물감에서 막 짜낸 듯한 파란 하늘이 풍경을 더 돋보이게 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살트리아(Saltria)라는 마을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알프스를 배경으로 하는 달력 사진이었다. 중간중간에 초원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소의 워낭소리를 듣고 있으니 저절로 마음이 안정되었다. 초록빛 평원과 파란 하늘, 상쾌한 공기, 간간이 들리는 소의 워낭소리와 저벅저벅 우리의 발걸음 소리. 모든 것이 어우러져 지친 몸과 마음을 북돋아 주었다. 


살트리아(Saltria)

 살트리아에서 버스를 타고 콤파치(Compatsch)로 향했다. 콤파치에서는 알페 디 시우시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을 바라볼 수 있는 파노라마 리프트를 탈 수 있다. 스키장 리프트인 파노라마 리프트를 타고 5분 정도를 올라가면 탁 트인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그야말로 초원을 둘러싼 산군들이 파노라마로 보인다. 탁 트인 풍광을 보니 왜 옛 시인들이 산에 올라 '호연지기(거침없이 넓고 큰 기개 : 표준국어대사전)'를 길렀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드넓은 풀밭과 그 뒤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들은 가슴을 펴지게 했다. 트레킹을 하면서 아빠는 "풍경이 쩐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멋진 자연을 보며 감탄을 연발하는 아빠의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뿌듯했다. 



파노라마 뷰


에델바이스 산장

 파노라마 리프트에서 내려 트인 풀밭 사이에 놓인 그림 같은 나뭇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에델바이스 산장이 나왔다. 돌로미티 지역은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나라들과 가까이 있기에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지 에델바이스 산장 역시 '사운드 오브 뮤직'의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떠올리게 했다. 부모님을 위한 바이젠 맥주 한 잔, 동생을 위한 라거 맥주 한 잔, 나를 위한 스프리츠(이탈리아의 식전주)를 한 잔 시킨 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와 자이저 알름(Seiser Alm) 곤돌라를 타고 내려왔다. 곤돌라 뒤로 보이는 산 마저 성의 모양으로 우뚝 솟아 멋있었다. 



 날씨가 좋아 그런지 풍경은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더 눈부셨다. 그리고 우리는 햇볕에서 에너지를 받은 듯이 알페 디 시우시를 누볐다. 부모님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기운이 좋으셨는데, 가끔은 나와 동생이 쉬어 가자고 이야기해야 할 정도였다. 아빠는 항상 말씀하신다. "즐거운 여행의 8할은 날씨가 좌우한다." 햇살이 좋았던 오늘처럼 앞으로의 여행도 맑은 날이 함께하길 바란다. 



뽀제이 엄마의 여행 팁  

     케이블카나 리프트를 많이 이용할 계획이라면, 슈퍼 서머 돌로미티 카드를 이용해보자. 이탈리아 돌로미티의 많은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오르티세이에서 묵으면 가르데나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교통(버스) 패스를 준다. 살트리아에서 콤파치로 가는 버스는 이 패스를 사용할 수 없지만 자이저 알름 케이블카 하차 지점에서 오르티세이까지 오는 버스는 사용이 가능하다. 숙소에서 체크인할 때 잊지 말고 요청하자.    

투제이 실무의 여행 팁  

     날씨 좋은 날에는 파노라마 리프트를 타고 에델바이스 산장에서 휴식을 취해보자. 알프스인 데다가 산장이어서 물가가 비쌀 것 같지만 예상외로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과 음료를 판매한다. 파란 호수를 바라보며 물멍을 하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화장실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Buon Giorno, 가르다 호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