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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Dec 18. 2022

여행의 이유 : Ciao Italia

할 수 있다, 부모님과 유럽여행 Epilogue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오전 비행기라 일찍 차를 반납하고 출국 수속을 마쳤다.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먹고 밀라노 국제공항에서 이륙했다. 


 여행 다니는 내내 숙소에 들어가면 피곤에 찌들어 바로 잠들어버렸기 때문에 일기가 많이 밀려 있었다. 밀린 일기를 쓰다, 졸다, 쓰다를 반복하다 보니 금방 아부다비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으로의 8시간 비행도 몇 번의 기내식과 함께 자다 깨다 하며 금방 끝났다. 

 한국에 도착해서 여행의 마무리로 뼈해장국을 먹었다. 일주일 만에 만난 뼈해장국과 3일 만에 만난 김치로 느끼해졌던 위장을 싹 청소했다. 뼈 그릇에 쌓여 있는 뼈를 보니 이탈리아 여행이 꿈인 것 같았다. 

 작가 김영하는 그의 여행 에세이집 <여행의 이유>에서 사람들이 여행하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기대하지 않았던 것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일상의 상처를 흡수한 물건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다. 셋째 현재에 집중하며 현재를 중시할 수 있다. 넷째, 인간에게는 여행하는 유전자가 있다. 

 우리 가족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중 두 번째와 네 번째에 해당하는 것들로 이번 여행을 계획했다. 직장 생활 8년 차에 접어든 나는 올해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2개월 만에 섭식 장애와 수면 장애로 살이 7kg이 빠질 정도였다. 주말에도 푹 쉬지 못했다. 무의식에 남아있던 직장 스트레스의 그림자를 뿌리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처를 흡수한" 일상에서부터 도망치기 위해 문화와 자연환경이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른 이탈리아를 선택한 까닭도 있다. 

 또한 우리 가족은 원래 여행 다니기를 좋아했다. 나와 동생이 기저귀를 차고 다니던 시절부터 부모님은 우리를 데리고 전국 곳곳을 누비셨다.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는 해외로 발을 넓혔다. 코로나 때문에 여행에 제약이 있던 2년 동안 좋아하는 여행을 다니지 못했기에 이번 이탈리아 여행은 그 의미가 더 컸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이번 여행의 이유가 새롭게 보였다.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을 얻게 되었다. 먼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 가족들의 새로운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집에서 본인의 감정을 잘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던 아빠는 이번 여행 동안 수다쟁이였다. 학생 시절 이야기부터 우리가 어렸을 때 이야기까지, 우리가 하는 새로운 경험들은 방아쇠가 되어 아빠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엄마는 예전보다 우리를 더 믿고 의지하셨다. 나와 동생은 엄마를 "익스큐즈 미(Excuse me)"로 불렀다. 무언가를 현지인에게 물어볼 때마다 엄마는 큰 소리로 "익스큐즈 미~"라고 외친 후 나와 동생을 그 사람 앞에 밀어놓았다. 이번 여행에서 엄마의 "익스큐즈 미~"는 들을 수 없었다. 대신 동생의 "익스큐즈 미~"가 그 자리를 채웠다. 

 동생은 그 어떤 여행보다 든든했다. 야간 운전부터 사람 붐비는 곳에서 자리 선점하기, 짐 들기 등등. 동생이 없었다면 혼자서 부모님과 여행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나의 새로운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낯을 많이 가리던 나는 문제에 부딪히면 현지인들에게 물어보기보다는 혼자 핸드폰을 잡고 끙끙거렸다. 물어보면 금방 해결될 일도 거절당할 것이 무서워 혼자 검색하다 보니 시간이 항상 오래 걸렸다. 이번 여행에서는 길을 물어보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과 스몰토크도 나누었다. 조금 창피하기는 하지만 스스로 발전된 모습이 있었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로 이탈리아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 2006년, 2013년의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나는 줄곧 "이탈리아" 하면 로마시대 고대 유적과 많은 소매치기, 지저분한 거리가 떠올랐다. 이전에는 로마를 중심으로 여행지를 골랐었기 때문에 이탈리아의 자연환경보다는 고대 유적지를 중심으로 관람했다. 사람이 많은 관광지를 다니다 보니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에 예민해져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새로운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았다. 이탈리아 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보며 "고대 유적의 나라"로만 정의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건넨 "본 조르노(Buon Giorno)" 한 마디에 친절하게 대해주는 이탈리아 사람들 덕분에 가는 식당마다, 관광지마다 편안하고 즐거웠다. 

 일상이 주는 권태로움, 상처에서 도망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여행을 다녀오니 예상하지 않았던 이탈리아의 다른 모습을 보는 즐거움, 가족들과 더 가까워지는 기쁨 등을 훨씬 더 얻었다. 다음 여행에서는 또 어떤 값진 경험들을 얻게 될까 기대된다. 



뽀제이 엄마의 여행 팁

  

     아부다비 공항에는 알 다비 라운지가 있다. PP카드가 있다면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샤워는 미리 예약해야 한다. 더 라운지와 제휴가 되어 있어서 PP카드가 없더라도 더 라운지에서 30% 할인이 된 금액으로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투제이 실무의 여행 팁  

     말펜사 공항은 국내선 터미널과 국제선 터미널이 따로 있는데 먼저 국내선 터미널로 들어간 후 국제선 터미널로 이동하게 된다. 스타벅스는 국내선 터미널에 있으니 스타벅스를 이용하려면 조금 일찍 도착하는 게 좋다.    

     글로벌 블루 택스 리펀은 키오스크로 하기 때문에 간편하다. 하지만 나머지 택스 리펀은 창구에서 해야한다. 창구가 닫혀 있다면 세관 오피스에 가서 직접 도장을 받은 후 해당 회사의 우체통에 넣어야 한다. 사전에 각 회사별 택스 리펀 방법을 잘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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