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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Mar 26. 2023

소비의 본질과 역사

<소비 수업>(문예출판사, 2020)을 읽고


 오늘날 소비는 생산과 함께 경제 활동의 두 축을 담당하고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 생산도 줄어들어 경제가 침체된다. 이렇게 중요한 소비지만 한때는 '검약이 미덕'이라는 교리 하에 죄악시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소비를 하는 까닭은 무엇이며 소비는 언제부터 중요해졌을까? <소비 수업>(문예출판사, 2020)은 다양한 사례와 철학자들의 이론을 통해 이 질문에 답을 제공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소비는 자신의 위치를 나타냄과 동시에 타인과 차별화한다. 광고, 유행은 소비를 통해 상류 계급을 따라잡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부추겼으며 상류 계급은 다시 이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또 다른 소비 패턴을 만들어냈다.


현대 사회의 유행은 자신의 실제를 가리고 상위 계급을 욕망하게 하는 측면이 한층 강해졌다. 

34쪽


 과시를 위한 소비는 생득적이라고 여겨지는 취향에서도 나타난다. 하층 계급은 달리기, 축구 등 별다른 교육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선호하는 반면, 상류 계급은 골프, 승마 등 어렸을 때부터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스포츠를 선호한다. 부르디외는 "실제로 문화에 대한 차이는 문화 획득의 차이에서 유래하고, 이는 출신 가정과 학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고 보았다. (282쪽)


 저자에 따르면 이런 소비의 보여주기식 성격은 소비의 역사와 함께 시작했다. 소비란, (잉여) 자원을 없애는 활동이다. 원시 사회에서는 선물 주고받기를 통해 남는 자원을 소비했다. 이때도 더 많은 선물을 줄수록 사회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인정받았다.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생산 위주의 경제에서 소비 위주의 경제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소비의 과시적 성격을 중시했다. 사물의 기능적 측면을 위한 소비보다 자신의 부와 위치를 자랑하기 위한 소비를 더 추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소비가 큰 역할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시에 기능적 필요를 넘어선 과도한 소비가 환경 오염, 사회 갈등 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회기도 하다. 1980년대 사람들에 비해 지금 사람들은 5배가 넘는 옷을 사고 있다. 유행 때문에, 광고 때문에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갖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외감을 느끼거나 편이 나눠지기도 한다. 이 책은 소비의 시작과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오늘날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소비를 해야 하는지, 지속 가능한 소비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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