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15. 2023

모든 삶에는 가치가 있다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 2022)를 읽고

 <스토너>(알에이치코리아, 2022)는 윌리엄 스토너의 인생을 그리고 있다. 그의 인생은 글로 엮어내기엔 너무나 평범하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스토너는 우연히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영문학과 사랑에 빠진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 결혼하고, 사랑에 빠지고, 병에 걸리는 등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죽은 후 동료들에게도, 제자들에게도 거의 잊혔으며, 그가 출판한 책 역시 “망각 속에 묻”혔다. 하지만 <스토너>는 작가가 죽고 난 후 재발견되었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너의 삶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토너의 인생에는 큰 고난도, 기적도 없다. 말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 동료 교사와의 갈등 등 누구나 마주할 법한 고통들만 있다. 어린 딸과의 따스한 시간, 잠깐의 일탈 등 기쁨 역시 누구라도 겪을 수 있을법한 사건들만 있다. 스토너 스스로도 “자신의 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과연 그랬던 적이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스토너의 삶에 대한 묘사와 그가 생의 매 순간 느낀 감정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가 생활 속에서 느낀 감정들은 일반 사람들 역시 일상에서 겪지만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기 때문이다. 스토너는 새로운 동료 로맥스에게서 그리운 친구 데이비드의 모습을 보았지만 예전처럼 다가갈 수 없었다. “젊은 시절의 어색함과 서투름은 아직 남아 있는 반면, 어쩌면 우정을 쌓는 데 도움이 되었을 솔직함과 열정을 사라져버린 탓이었다.”(133쪽) 스토너가 새로운 사람을 사귀면서 느낀 감정은 나이가 들수록 인간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대변했다.

 

 또한 스토너의 자신의 인생에 대한 성찰과 회고는 평범한 독자들 역시 각자의 삶에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지독히도 단조로운 순간들을 맞이한다. 남들에 비해 성과가 적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찾아오는 특별한 일이 없어서 ‘내가 이러려고 태어난 건 아닌데’하면서 회의감을 느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스토너는 이런 사람들에게 당신들의 삶 역시 매 순간 가치가 가득했다고 위로를 건넨다.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353쪽) 무가치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지만 그 순간에도 스토너는 삶에 열정을 쏟고 있었다. 빛나는 일 없는 일상이어도 그 순간조차 애정을 쏟아붓고 있으니 되었다는 따뜻한 위로가 느껴진다. 

 

 <채근담>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신비롭고 기이하며, 뛰어나고 특별한 사람은 완전한 사람이 아니다. 완전한 사람이란 그냥 평범할 뿐이다.” 소설의 주인공들은 보통 신비롭고 이상한 일들을 겪거나 재능이 두드러지거나 남들과 다른 희생정신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가 더 공감하고 애정을 느끼는 사람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스토너>가 평범한 인생을 다루고 있지만 책이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그가 독자들과 같은 정도의 희로애락을 겪었고, 그의 평범함이 독자들에게 ‘당신들의 삶도 나와 같기 때문에 가치 있고 완전해.’라는 인정과 공감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과학자가 생각하는 교양으로써의 과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