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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09. 2023

과학자가 생각하는 교양으로써의 과학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롤러코스터프레스, 2021)를 읽고

 19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태양계 행성을 말해보라고 하면 대부분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아차차 명은 빼고." 2006년에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되었기 때문에 2006년 이전에 태양계 행성을 배운 사람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명왕성은 왜 더 이상 행성이 아니게 되었을까? 행성의 정의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때 "살아있는 유일한 행성 발견자"에서 "명왕성을 죽인 자"가 되어버린 마이크 브라운은 왜 행성의 정의가 바뀌어야 했는지, 명왕성이 더 이상 행성에 끼지 못하게 됐는지를 <나는 어쩌다 명왕성을 죽였나>(롤러코스터프레스, 2022)에서 밝히고 있다.

 마이크 브라운은 마지막 행성인 명왕성이 발견된 후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태양계에서 새 행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의 냉소 속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관찰하고, 비교하고, 실패하고의 지난한 과정 끝에 그는 카이퍼 벨트(해왕성 바깥쪽의 거리(약 30~50AU)에서 태양계를 도는 천체들의 무리)에서 새롭게 행성이 될만한 천체들을 발견했다. 그중에서는 명왕성과 크기가 비슷한 것들도 있었다. 명왕성이 행성이라면, 브라운이 발견한, 명왕성과 비슷한 조건을 갖춘 다른 천체들도 행성이 되어야 한다. 그 천체들을 행성으로 인정한다면 적게는 12개에서 많게는 200여 개로 행성의 개수가 늘어나게 된다. 마이크 브라운은 이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명왕성을 지켜내기 위한 수많은 노력과 브라운을 향한 많은 공격이 있었지만 그는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명왕성을 제외한 행성들이 대중들이 생각하는 '행성'의 개념에 더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행성'은 일반 사람들이 접하는 몇 안 되는 천문학적 개념 중 하나다. 그들은 행성을 '태양 주위를 도는 소수의 천체'라고 생각한다. 구형의 궤도, 충분히 구형인 천체 등등을 떠나서 말이다. 이런 개념을 지키기 위해 저자는 명왕성이 행성에 포함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행성은 일반 사람들이 태양계를 인식하는 중요한 개념이고, 이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태양계를 설명하기 때문이다. 결국 일반 대중들의 교양으로써의 천문학을 위해 명왕성은 행성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이 교양으로써의 과학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행성, 암석과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용어들은 대중들이 주변을 인지하는 첫걸음이 되기 때문에 용어를 재정의할 때 주의해야 한다.

 또한 명왕성 퇴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흥미로웠다. 어떤 과정을 거쳐 명왕성이 행성이 아니게 되었는지는 과학계에서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알려주었다. 다만, 명왕성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의 육아 이야기는 연결이 잘 안되어 아쉬웠다. 저자가 명왕성 퇴출 과정이 주인 이 책에 뜬금없이 딸의 이야기를 넣은 이유는 딸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중'이 될 딸의 역할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 연결이 보이지 않고 매끄럽지 않아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내가 과학자의 육아 에세이를 읽는지 아니면 명왕성에 대한 글을 읽는지 헷갈렸다. 딸의 이야기가 저자가 명왕성을 행성에서 몰아내기로 결심한 이야기와 매끄럽게 연결되었다면 과학자로서 대중과학에 주는 영향을 항상 생각하고 있다는 저자의 의미가 더 와닿았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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