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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Mar 19. 2023

누군가를 이렇게나 좋아한다는 것

<아무튼, 장국영>(코난북스, 2021)을 읽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가장 인기 있었던 남자 아이돌은 단연 2PM이었다. 인기가 절정이던 당시 리더였던 멤버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그룹을 탈퇴하고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친구 한 명이 학교에 결석했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행방을 알지 못해 학교가 한바탕 뒤집어졌다. 알고 보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미국으로 가는 멤버를 따라 인천공항에 갔던 것이었다. 나도 2PM의 팬이었기에 해당 멤버가 탈퇴한 것은 아쉬웠지만, 학교까지 빠지고 공항까지 따라간 친구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튼, 장국영>(코난북스, 2021)을 읽고 당시 친구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었다. 


 <아무튼, 장국영>은 에세이 <아무튼,>시리즈 중 하나다. 우연히 장국영을 보고 좋아하게 된 저자가 장국영이 자신의 삶에 준 영향과 장국영이 자신의 이야기 속에 어떻게 녹아들었는지를 이야기한 책이다. 


 장국영은 저자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심지어 저자의 평생 진로까지 결정할 정도였다. 저자는 장국영의 가까이서 지내는 통역사의 모습을 보고 언젠가 본인도 그 자리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중국어를 공부했고, 지금은 학생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좋아하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고자 하는 열망이 저자를 지금의 모습으로 이끈 것이다. 


 또 장국영은 삶의 활력소였다. 내한 팬미팅, 공연 등은 학생 시절의 저자에게 설렘 가득한 추억을 남겨주었다. 또 번아웃 시기가 와서 논문 쓰기가 힘들 때, 덕심을 200% 발휘하여 장국영에 대한 글을 썼다. 무기력한 생활에서 저자를 꺼내준 것이다. 장국영의 팬이라는 공통점으로 만난 사람들은 지치고 외로울 때 위로가 되어 주었다. 


 누군가를 이렇게 좋아했다는 것은 지금 나의 추억의 자리마다 그 사람이 녹아있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인연에도, 내 직업에도 그 사람이 녹아있다. 게다가 이미 내 곁을 떠난 사람이라면 슬픔의 무게가 더해져 내 기억에는 그의 발자국이 더 깊게 패일 것이다. 그랬기에 내 친구도 당시 모든 걸 내팽개치고 좋아했던 멤버의 마지막을 기억하러 공항에 간 게 아닌가 싶다. 그를 이렇게나 좋아했기에, 자신에게 녹아있던 그를 떠나보낼 수가 없어서.


你若尚在场,春夏秋冬该很好
당신이 아직 여기 있다면, 춘하추동이 매우 좋았을 텐데

<아무튼, 장국영> 표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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