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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Mar 15. 2023

실수는 성장의 밑거름

<강아지 걸음으로>(창비, 2023)을 읽고


 작년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시각장애인 관객을 본 적이 있다. 그 옆에는 안내견이 있었다. 안내견은 2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 동안 가만히 앉아있었다. 피아노 뚜껑을 내리치고 배우들이 절규하는 동안에도 안내견은 놀라지 않고 주인의 곁을 든든하게 지켰다. <강아지 걸음으로>에서 영재 아빠의 회상을 읽으며 그때 공연장의 안내견이 생각났다. 대학생인 주인의 곁에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짖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린 모습을 보며 주인을 위해 시끄럽고 어두운 공연장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견딘 안내견의 모습이 겹쳤다. 


 동화 <강아지 걸음으로>는 안내견 바론과 함께 성장하는 영재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바론의 사회화 과정을 살펴보면서 독자들은 듬직하고 인내심 강한 안내견들의 시행착오 과정을 볼 수 있다. 또한 안내견이 되지 못하고 남겨진 개들 역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안내견이 되지 못했다고 해서 그들의 훈련 과정, 실수들이 헛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일들은 안내견들을 성장하게 만든다. 바론은 비록 안내견 시험에는 통과하지 못했지만 영재를 위로해 주었으며 15번지 할머니의 곁을 지키게 되었다. 


 바론과 함께 영재도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현장체험학습 날, 습지에서 고꾸라진 후 영재는 위축되었다. 다른 친구들의 잘못을 밝히고 사과받는 대신 혼자 참는 것을 택했다. 하지만 바론과 함께 겪은 사고로 영재는 자신을 되찾는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상처를 밝히고 상처를 인정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받았다. 다시 바론, 친구들과 산책을 나가면서 친구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려고 노력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너무 깔끔한 성격 때문에 안내견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개의 모습을 보았다. 주인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해서 안내견 시험에서 탈락한 것이다. 이 개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고 주인에게도 행복을 주었다. 타고난 성격 때문에 많은 실수를 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간 것이다. 


 공연장에 있던 안내견처럼, 대학에서 같이 수업을 듣던 안내견처럼, 목표하던 바를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실수를 많이 해서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괜찮다. 바론과 영재처럼, 각자 실수를 통해 한 뼘씩 성장했을 테니까. 


테스트에는 불합격했지만, 다른 길도 있는 거지. 정답이 어디 하나뿐이겠어?

102쪽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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