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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pr 29. 2023

세상에 진심이었던 천재 작가

《뷔히너 전집》(열린 책들, 2020)을 읽고


 게오르그 뷔히너는 23살에 요절한 독일의 희곡 작가다. 젊은 나이에 죽었기에 남긴 작품 역시 적다. <당통의 죽음>, <보이체크>, <레옹스와 레나>, 그리고 <레나> 단 네 편만이 그가 남긴 문학 작품이다. 하지만 뷔히너의 작품들은 여러 의미로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보이체크>는 당시 많이 사용되던 기승전결의 구조가 아닌 열린 구조를 최초로 사용했다. 구조에서의 혁신보다 더 중요한 점은 그가 작품을 통해 부조리하던 사회를 비판하고 민중들을 계몽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당통의 죽음>은 프랑스 혁명의 주역 중 하나인 당통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랑스 혁명 이후 동지들이 지속적으로 처형 당하는 것에 환멸을 느낀 당통은 로베스 피에르에게 등을 진다. 그 후 향락에 빠져 지내다 로베스 피에르파에 의해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다. 마지막까지도 당통은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로베스 피에르와 그 무리들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남들을 단두대로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가 단두대에 설 걸세.

56쪽


 뷔히너가 사회 개혁을 부르짖으며 썼던 <헤센 지방의 전령>과 <당통의 죽음>을 함께 보면 그가 어떤 사회를 꿈꿨는지 알 수 있다. 뷔히너는 민중들이 혁명을 통해 자유로워지기를 바랐다. 독재자나 왕정의 공포를 통한 정치나 피를 부르는 정치가 아닌, 민중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더 이상 지배 계급에 착취 당하지 않는 사회가 오기를 바랐다.


 <보이체크>는 희곡에서는 처음으로 하층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소시민들이 받는 고통을 부각시켰다. 보이체크는 가난한 군인이다. 군인에게 지급되는 급료로만은 가정을 부양할 수 없다. 그는 먹고살기 위해 비인간적인 실험에 참여한다. 보이체크의 고통을 이해할 리 없는 대위와 박사는 끊임없이 보이체크를 압박하고 지시를 내린다.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어 보이체크가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미덕을 강조하는 대위에게 보이체크가 하는 말은 당시 하층민들의 상황과 심정을 대변한다.


물론 저도 신사라면, (중략) 도덕적으로 행동하려고 할 겁니다. (중략) 하지만 저는 가난하고 불쌍한 존재입니다. 

155쪽


 미덕이니 도덕이니 실천하려고 해도 생존 앞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보이체크도 대위처럼 여유가 있었다면 도덕적으로 삶을 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하지만 먹고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도덕적인 삶은 꿈도 꿀 수 없다.


 <레옹스와 레나>는 뷔히너의 작품 중 유일한 희극 작품이다. 하지만 뷔히너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는 여기서도 드러난다. <레옹스와 레나>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상류층에 대한 비판과 풍자다. 백성들은 하루하루 일하기도 빠듯하지만 왕자는 심심한 나머지 무기력에 빠져있다. 왕과 신하들은 왕자와 공주가 없으니 인형으로 대신하자는 등의 멍청한 말들만 늘어놓는다. 무기력하고 무능력한 왕정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렇듯 뷔히너의 작품은 당시 부조리했던 사회를 신랄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이 현재까지도 독일에서 가장 많이 상연되는 이유는 그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웠던 인식이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고 울림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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