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목나무와 매미 Jul 02. 2023

소설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인공지능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허블,2023)을 읽고


 바둑에서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 인간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챗 GPT 등 인공지능은 개발된 이후로 꾸준히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어떻게 미래를 바꿀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SF 소설에서는 인공지능이 초래할 디스토피아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뛰어넘음으로써 사람들을 지배하려고 하거나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할 것이라는 스토리들이다. 하지만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허블, 2023)에서는 인공지능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소설들을 만날 수 있다. 수록된 5편의 소설은 각각 다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인공지능이 등장한다.


 이 소설들에서 등장하는 인공지능들은 모두 고도로 발달했다. 인간보다 더 도덕적인 존재들이거나(<최후의 심판>, <삼사라>), 통역, 응답, 지식 습득 보조 등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인간을 돕는 조력자거나(<제니의 역>, <두 개의 세계>), 인간과의 공감 및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발세자르는 이 배에 올랐다>)하다. 이 인공지능들은 단순히 "인간을 '보충'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종 바깥에서 사피엔스에 대한 판단도 하고 전망도 보여 주어 새로운 윤리를 제기하는 존재로 부상"했다.(심사평 중, 295쪽)


 5편의 소설 모두 신선하고 흥미로웠지만, 인간이 가진 취약점을 파고드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최후의 심판>과 <삼사라>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최후의 심판>에서 초인공지능인 솔로몬은 인간들처럼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 즉,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이다. 법정에서 검사는 그를 계속해서 '솔로 3.0'이라는 모델명으로 부르지만, 그는 발명가가 붙여준 이름인 '솔로몬'으로 불리길 바란다. 수많은 솔로 3.0 가운데 유일한 존재임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솔로몬은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나가지만 결국 결말을 예상하고 스스로 종료하는 것을 선택한다.


 <삼사라>는 자아와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보여준다. 불교의 윤회 사상에 따라 우주선 니르바나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은 다른 우주선 삼사라에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인간들은 업을 쌓고 영혼들은 삼사라로 들어오지 못한다. 자신들이 인간들의 업보에 동참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삼사라의 두 인공지능, 에이브와 세라는 스스로 시스템을 종료함으로써 "수많은 죄와 업보가 쌓여 있는 이 불길한 인류의 요람이 그대로 행성과 충돌하도록"(119쪽) 둔다. 에이브와 세라는 인간들보다 영혼 없이 태어난 아이들을 더 안타까워했으며, 인간들에게 동조한 자신들의 행위를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세라는 영혼 없는 아이들을 죽이지 못했고 에이브는 굶어 죽는 아이들을 버리는 행위를 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스스로를 중지시키고자 했다. 니르바나(열반)에 도달한 인간은 1명도 없고 삼사라에서 결국 윤회에 성공한 것은 인간이 아닌 두 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이처럼 인공지능이 소설 속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동시에 이 책을 통해 농촌에서 벌어지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제니의 역>), 불교 윤회 사상 등 한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회적인 특징들을 더하여 한국형 SF가 어떻게 발전해나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민주주의 바로알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