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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Jun 19. 2023

민주주의 바로알기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창비, 2023)를 읽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에 가장 먼저 나오는 문장이다. 임시정부부터 민주화운동까지 대한민국의 건국 이래 우리는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추구해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한 지식도 심화된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부터 프랑스 혁명, 오늘날의 민주화운동까지 수천 년 동안 이어지는 역사를 배우며 우리는 자연스레 민주주의가 오랜 시간 동안 대다수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겨온 가치라고 내면화했다. 하지만, 아니다.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창비, 2023)는 민주주의를 지성사적인 측면에서 고찰함으로써, 이처럼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해 잘못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차근차근 바로잡는다. 책의 초반부에서도 밝혔듯이 이 책은 민주주의의 지성사를 통사적으로 살펴본다. 민주주의와 관련된 헷갈리는 개념들, 시대별 사상가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들을 설명한다. 특히 가장 혼동하기 쉬운 민치와 민주의 차이를 설명하고 역사를 서술함으로써 왜 우리가 사상가들의 생각을 잘못 이해했는지를 효과적으로 설명한다. 


치治와 주主의 차이, 즉 인민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과 주인인 것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16쪽

 이러한 해설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평소 궁금해했던 부분들 역시 해소할 수 있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중국이 왜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독재로 악명이 높은 북한의 정식 명칭이 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지를 알 수 있다. 


이 단어가 만들어지던 시점에는 공화국이 민주적이지 않은 것이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거나, 적어도 민주적이지 않은 공화국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다고 여겨졌음이 틀림없다. 

52쪽


 또한 이 책은 민주주의를 다루는 각 주장에 대한 사료를 풍부하게 다루어 신뢰도를 높였다. 콩도르세, 쇼사르 등 현대적 의미의 민주주의의 탄생에 기여한 사람들의 저작을 다루는 동시에 루소, 홉스 등 민주주의 탄생의 초석을 놓았다고 생각되는-실제로는 아닌- 사람들의 의견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시대별로 사상가들이 민주주의를 어떻게 바라봤고 왜 민주주의를 경멸했는지를 논리적으로 따라갈 수 있다.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는 역사적으로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많은 사상가, 철학자들로부터 비판받았거나 환상으로 치부당했던 사실들을 보여준다. 이는 우리가 지금의 기준에서 과거의 개념을 평가했던 잘못을 보여주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민주주의에 기반한 정치는 어떤 모습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동시에, 현대 많은 국가들이 왜 냉대를 받았던 민주주의를 정치 형태로 취하고 있는지를 사유하게 한다. 인민들은 "완벽하지 않고 영원하지 않다." 하지만 "개개인의 삶에서 익힌 지성이 개별적으로는 하잘것없어 보여도, 그것이 쌓이고 모이면 엘리트의 전문적 판단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247-248쪽) 우리가 왜 민주주의의 역사를 공부하고, 민주주의를 통해 우리의 정치적 의무를 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책이었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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