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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ug 13. 2023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마더코드>(폴라북스, 2023)을 읽고


 로봇 혹은 인공지능과의 감정적인 유대는 '로봇'이라는 개념이 만들어진 이래로 인류의 지대한 관심사가 되었다. 부모와 인공지능 자식 간의 애정을 다루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A.I.>,  인공지능과의 사랑을 다루는 스파이크 존스의 <HER>, 가상 인간과 실제로 결혼한 사람의 뉴스 기사까지.

https://biz.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3/06/05/CW22ENLU25HVJMF7EQIXEGCONE/


 로봇 또는 인공지능에게 인간의 감정을 학습시키고 더 나아가 인간과 유대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가는 인공지능 연구계의 큰 화두 중 하나다. 정말로 인공지능/A.I. 안에 사람의 인격을 담을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A.I.가 인간의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동등한 인격체로 수용할 수 있을까? <마더코드>(폴라북스, 2023)는 이러한 질문에 희망적인 시각을 보여준다.


 근미래의 지구, 검증이 되지 않은 생화학 무기가 테러와의 전쟁에 사용된다. 이 생화학 무기가 빠르게 질병을 퍼뜨리면서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한다. 이에 과학자들은 질병에 면역력을 갖춘 배아들을 만든다. 이 배아들을 키우기 위해 여성들을 선발하여 그 여성들의 인격을 로봇에 담는다. 아이들은 로봇에서 태어나고 여성들의 인격이 담긴 '마더로봇'들로부터 모든 것을 배운다. 아이들과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들은 마더로봇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갖게 된다.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제임스를 비롯한 사람들은 마더로봇이 그냥 기계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더로봇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가두었을 때 그는 망설임 없이 로봇들을 파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의 목표는 인간과 기계의 혼종이 아니라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인간을 구하는 것이었다."(444쪽) 반면, 아이들에게 마더로봇은 부모 그 자체였다. "둘이서만 살아온 세월 동안 카이가 깨닫게 된 건 바로 그것이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갖는지를 배웠다."(439쪽) 마더로봇과 자란 아이들은 마더로봇을 감정과 인격을 갖춘 소중한 존재로 인식했다.


 <마더코드>는 부모와 자식 사이의 유대감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보여준다. 보통 사람들은 아이가 태어나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부모 자식 간의 애정 또는 사랑은 부모가 자식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더코드>는 부모-자녀의 유대감이 단방향이 아닌 쌍방향인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더로봇들과 아이들의 공감과 애정 형성 과정은 초보 부모와 아이들 사이에 일어나는 교감을 보여준다. 마더로봇들은 아이들이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살아남는데 필요한 지식, 걱정, 공감 등. 아이들은 마더로봇들에게 자아를 성찰할 기회를 제공하며 감정이란 어떤 것인지를 가르쳐 준다. 로봇들을 단순한 기계로 생각하던 제임스와 아이들 중 하나였던 미샤의 관계 역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생겨난다. 핏줄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로 생겨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라는 사랑으로, 어머니로서의 사랑으로 제임스를 미샤와 연결시켰고 셋은 작은 가족을 이루었다.

469쪽


  <마더코드>는 제임스-미샤, 마더로봇-아이들과의 관계 형성 과정을 통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정서적 끈끈함이 생기는 과정을 보여준다. 대상이 인공지능인지 사람인지에 관계없이 타인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정서적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서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덧, 부모 자식 간의 유대감뿐만 아니라 '적'의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마더 로봇의 성급한 발사도 미국의 외부 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아이들 역시 존재 여부도 확실히 알 수 없는 가상의 적 때문에 생존자들을 경계했다. 하지만 결국 적은 없었다. 적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은 아닌지, 우리가 끊임없이 가상의 적을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평화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은 없어." 제임스가 말했다. 생각만으로도 경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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