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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23. 2023

노인이 된다는 것

<초보 노인입니다>(민음사, 2023)를 읽고

 "늙는다는 건 슬픈 거야."



 주변에서 부모님을 요양원에 모셨다거나 신체 기능이 예전 같지 못해 생긴 웃픈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이 곧 61세. 옛날 같았으면 장수를 축하한다는 잔치를 성대하게 열었을 나이 환갑이지만 엄마는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


 과학의 발전으로 '12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들의 신체 나이가 젊어지고, 나이 들어서도 왕성한 사회 활동을 이어가면서 이전과 같이 노인을 구분하는 기준은 시대와 뒤떨어졌다. 이전에는 5-60대가 되면 손주도 생기고 사회에서 노인으로 대접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5-60대는 다르다. 그들은 이제 막 인생의 절반을 지나고 있으며 여전히 현장에서 일하고 적극적으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나이에 따라 노인으로 분류되는 현재의 시스템에 혼란을 느낀다. 본인은 아직 노인이 아닌데 사회에서 노인 취급을 하니 착잡하면서도 서글픈 것이다.


 <초보 노인입니다>(민음사, 2023)은 이런 노인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사람들의 마음을 진솔하게 남아냈다. "나이가 숫자 60이라는 것과 노인이라는 자각은 별개의 문제였다."(261쪽)는 저자의 말처럼 저자는 자신의 자각과 사회적 대우 사이의 커다란 간극에 대한 단상을 책에 녹여냈다.

 저자는 1957년생으로 베이비 부머다. 이 책은 수많은 은퇴한 베이비 부머의 솔직한 심정들을 담은 글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청년의 마음과 사회의 노인 취급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아직은 아줌마이고 싶지만 매일 빠지는 머리카락, 점점 없어지는 정신에 '늙어가는 '의 슬픔을 매일 느끼고 있는 엄마도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공감을 했다. 특히 부모님의 장수로 인해 생기는 부부 사이, 형제 사이의 갈등, 어느샌가 노인처럼 행동하고 있는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생경함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 이런 고민을 갖고 있는 게 아니구나'하며 조금은 안도했다고 했다.


 엄마뿐만 아니라 베이비 부머 부모를 둔 나 역시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우리 부모님은 웬만하면 걱정거리나 일상의 생각들을 나와 잘 나누지 않는다. 그래서 평소 당신들이 당신들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어려웠다.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부모님의 친구나 친구의 배우자가 죽었을 때 드는 생각, 예전보다 나빠진 청력 등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당황스러움 등 부모님이 지금 느끼는 감정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엄마 말처럼 늙는다는 것, 노인이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몸은 청춘이 아니다. 내 마음과 몸 사이의 간극도 돌보기 힘든데 위로는 부양해야 할 초고령의 부모님이 있고 아래로는 아직도 본인이 애인 줄 알고 붙어 있는 2-30대 자녀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준비가 없이 '사회적 노인'으로 규정지어지고 대우받는다는 것은 그들을 무력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해야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많은데 가만히 앉아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마치 아직 서서 갈 수 있는데 강제로 양보 받은 지하철 안의 경험처럼 말이다.

 <초보 노인입니다>는 늙는다는 것, 노인이 된다는 것이 베이비 부머들에게 어떤 일인지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이를 통해 부모님 세대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동시에 자녀 세대가 부모 세대의 마음을 이해해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마치 엄마와 내가 느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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