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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12. 2023

장애 해방과 동물 해방이 함께 나아갈 길

<짐을 끄는 짐승들>(오월의 봄, 2021)을 읽고

 이 책의 저자인 수나우라 테일러는 장애 해방 운동가이자 동물 해방 운동가다.  저자는 관절 굽음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장애를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며, 장애 해방과 동물 해방을 위해 힘쓴다. 얼핏 보기에 장애 해방과 동물 해방은 함께 존재할 수 없어 보인다.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 사이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 인간의 장애를 치료하기 위해 비인간 동물들이 의료 실험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수나우라 테일러는 이 둘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 <짐을 끄는 짐승들>(오월의 봄, 2021)에서 설명한다.

과거부터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들은 비장애인인 인간들이 그들을 낮잡아볼 때 그 비유로써 사용되어왔다. 식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을 볼 때는 '동물처럼 밥을 먹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저자 역시 어릴 때 주변 아이들로부터 '원숭이처럼 걷는다'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반대로 공장식 축산, 우유 생산의 잔인한 환경으로부터 동물들을 해방하는 문제를 이야기할 때 인간의 장애를 들먹이는 경우도 있다. 책에 제시된 동물 단체의 "당신의 자녀에겐 자폐증이 있습니까?"라는 포스터처럼 말이다. 이처럼 대립되는 것처럼 보이는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 해방이 어떻게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일까?

 장애 해방과 비인간 동물 해방은 2가지 측면에서 긴밀하게 얽혀있다. 첫째, 장애 해방과 비인간 동물 해방은 비장애 중심주의, 신경전형 주의에 입각하여 차별받고 있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게 의료화의 대상, 동정, 연민의 대상으로만 생각된다. 비인간 동물들은, 특히 가축들은, 장애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태로 개변되었음에도 그들은 인간에게 유리한 상태가 되었다는 이유로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신경전형주의적 관점에서 봤을 때 중증 장애인들은 이성이 온전치 않거나 자아 식별이 어렵다는 이유로, 비인간 동물들은 이성이 없다는 이유로 삶의 가치가 평가절하된다.


둘째, '의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에서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들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장애인들은 의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삶을 결정할 수 없다. 비인간 동물들은 인간에게 의존하도록 가축화되었다는 점에서 도살과 무분별한 번식이 정당화된다.

 이렇든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의 해방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함께 추구할 수 있는 목표가 될 수 있다. 수나우라 테일러는 이론 대신에 여러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터뷰, 자신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문제점들을 도출해 내며, 함께 가야 할 길을 모색한다. 책의 말미에 나온 그와 반려견, 베일리의 동행은 비장애인과 장애인,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서로 차별하거나 착취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테일러와 베일리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에게 감정적으로 서로 의지한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이를 위해 우리는 장애인과 비인간 동물들이 "자기 삶을 관리하고 그 삶에 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350쪽)을 갖출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동등한 지구 시민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외부의 방해 없이 가꾸어 나갈 수 있는 물적, 인적 자원이 필요하다. 그 후에야 장애인, 비장애인, 인간, 비인간은 모두 동등한 고려의 대상으로 스스로의 결정을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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