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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Sep 03. 2023

관광지가 아닌 그 자체로의 제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창비, 2021)을 읽고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휴가를 보내기 위해 제주도를 다녀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제주 어디서나 보이는 한라산, 세계 자연 문화유산인 성산일출봉, 곽지, 세화, 함덕 등 에메랄드 색의 바닷물을 가진 해변들. 관광지로서의 제주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유명하다. 하지만 제주 역시 우리 국토의 일부로서 우리는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 육지보다 제주 그 자체를 접하기는 어렵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제주편>(창비, 2021)은 제주의 다양한 자연, 인문환경을 설명함으로써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모습을 알 수 있게 해준다.


 먼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의 숨은 풍경들을 소개한다. 거문 오름과 근처의 동굴들은 제주가 세계 자연 유산에 등재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다랑쉬 오름은 그 위에서 보는 경치가 멋진 장소다. 영실에 대한 설명은 미리 읽어보지 않아 아쉬울 정도였다.

 자연적인 모습뿐만 아니라 제주의 역사와 제주만의 문화를 통해 '진짜 제주'를 보는 창을 제공한다. 저자가 '제주 답사 일번지'로 꼽은 조천읍은 조선 말부터 제주 4•3까지 제주의 근현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곳이다. 조천 사람들은 제주를 지키기 위해 계속 항쟁했고 조천읍에는 만세 광장, 조천중학원 터 등 그 치열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또한 관심을 갖고 보존해야 할 제주어, 변천사를 겪은 제주 토종말 등 애써 찾아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제주의 본모습들이 나와있다.


 지난여름 제주로 휴가를 다녀왔다. 김녕 해수욕장, 영실, 오설록 티하우스 등 여러 관광지를 다녀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평소라면 가지 않았을 장소를 한 곳 들렀다. 조천의 '연북정'이다. 조천이 배경인 현기영의 <제주도우다>(창비, 2023)에 나온 장소다. 평소였다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제주의 역사가 담긴 장소를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관리가 소홀했다. 다 지워진 설명문, 무성한 거미줄. 어찌 생각하면 푸른 해변보다, 싱싱한 고등어 회보다, 통통한 흑돼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주 역사의 흔적들일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제주 역시 분명한 우리의 영토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역사와 그 흔적을 알고 있어야 우리는 제주를 수호할 수 있다. 제주에서 낭만적이고 멋진 휴가를 보내는 것도 좋지만 방문한 김에 책에 나온 장소들을 들러 관광지가 아닌 그 자체의 제주를 느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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