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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Aug 20. 2023

우리는 길을 찾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인터스텔라)

<노 휴먼스 랜드>(창비, 2023)를 읽고

 2번의 세계 기후 재난. 기후 변화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게 되자 전 세계는 지구를 복원시키기 위해 극단적인 처방을 내린다. 태어나는 아이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물건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사람들을 고향에서부터 강제로 이주시켰다. 유엔기후재난기구, UNCDE의 이주 정책으로 그레이 시티의 난민으로 살아가던 미아는 할머니가 죽고 난 후 엄마를 만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엄마와의 재회에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X라는 사람의 제안에 응한다. UNCDE 조사단의 일부가 되어 노 휴먼스 랜드, 사람이 더 이상 살면 안 되는 곳으로 지정된 서울에 도착한 미아. 갑작스러운 사건들의 연속으로 미아의 계획은 틀어진다. 미아는 X와의 계약을 지키고 무사히 엄마와 만날 수 있을까?

 <노 휴먼스 랜드>(창비, 2023)는 지금의 기후 위기가 지속될 경우를 상상해서 쓴 소설이다. 기후 위기로 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보니 기후 재난이 닥쳤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첫째, 미아와 할머니는 현재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기후 난민들의 비참한 현실들을 대변한다. 기후 난민들은 가족들과 떨어져서 살고 질 나쁜 음식을 먹으며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다. 인간으로서의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더 큰 문제는 이들과 상반되는 과거 도시인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과거 도시인들은 기후 위기 이전의 생활을 영위하며 이들과 기후 난민들의 빈부격차는 매우 크다. "그때도 잘사는 사람은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못살지만 이렇지는 않았다고."(26쪽) 

 지금의 기후 난민들의 모습을 봤을 때 독자들은 미아와 할머니를 더 이상 미래의 어떤 시점에 사는 가상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여러 신문 기사에 따르면 홍수, 산불, 태풍 등의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은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에서 더 자주 일어나며, 한 국가 안에서도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 미아와 할머니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지금 현재의 일로 다가오는 이유다. 

 둘째, 기후 재난이 닥쳤을 때 지구를 회복시키기 위해 실시될 수 있는 극단적인 정책들과 그로 인한 사회적인 혼란을 잘 보여준다. UNCDE는 탄소 배출량을 절감시켜 지구를 원래대로 되돌린다는 명분으로 '노 휴먼스 랜드' 지정, 금우법, 산아 제한, 이동 제한 등을 실시한다. 사람들은 이에 반대하며 폭동을 일으키기도 하며, 심지어 한 가족 안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노 휴먼스 랜드'에 계속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수용소에 갇힌다. 이러한 현상은 기후 재난인지 현상 유지인지의 갈림길에 있는 지금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준다. 환경 기구와 과학자들이 권고하고 있는 다양한 방법들-탄소 배출권 거래제, 단거리 비행 노선 폐쇄-을 실천하지 않을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진입하게 되며 그때 감내해야 할 고통과 불편함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카오 페이지 영 어덜트 소설 수상작답게 환경 문제를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입체적인 인물들을 통해 풀어나간다. 미아가 서울에 도착하여 겪는 일들은 지속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미아의 경험에 빠져들게 만든다. 인물들 역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소장에게도 그가 벌이는 일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이유들이 있다. 반대로 X에게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들이 존재한다. 소설 속 인물들을 선과 악 이분법으로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각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서 상황을 다시 판단하게 된다. 

 <노 휴먼스 랜드>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미래의 세대들이 현재의 기후 위기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소설이었다. 

*창비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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