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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Oct 01. 2023

청소년 소설의 현재와 나아갈 길

<창비 어린이 82호>를 읽고


 최근 청소년 소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김려령 작가의 <완득이>를 시작으로 구병모 작가의 <위저드 베이커리>,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 등 청소년 문학이 성인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하면서 청소년 은 소설은 문학계의 핫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청소년 소설이란 무엇인가? 청소년을 독자로 하는 소설일텐데 그렇다면 청소년은 누구인가? 우리나라의 '청소년 기본법'에 따르면 청소년이란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MZ 세대만큼이나 넓은 범위의 연령대를 아우른다. 사회적으로는 보통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를 청소년으로 지칭하는 듯하다. 연령대가 다양한 만큼 인지적, 심리적 발달 정도도 달라서 청소년 소설의 독자를 누구로 설정하고 책을 쓰느냐에 따라 책의 내용,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청소년 소설은 어떤 길을 걷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살펴보는 것은 미래의 독자인 청소년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창비 어린이 82호>는 지금 우리의 청소년 소설은 어디쯤에 있으며 어떤 과제를 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창비 어린이 82>호에 따르면, 청소년 소설은 이전에 비해 그 장르적 특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아동 문학과 성인 문학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특히 SF 장르와 결합된 청소년 소설들이 인기가 있으며, 이는 청소년 소설이 자신의 분야를 넓혀가는 데 도움을 준다. 


 청소년 소설이 설자리를 찾아간다는 점은 분명 좋은 소식이나, 우려되는 점들도 있다. 오세란이 본호 <청소년 소설은 교재가 아니다>에서 지적한 것처럼, 청소년 소설에 꼭 교훈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이는 청소년들을 아직까지 절대적인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미성숙한 존재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청소년들이 읽는 책들을 어떤 존재의 서사, 감정이 담긴 것만으로도 충분한 문학이 아니라 교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청소년들에게 강요되는 '추천도서' 혹은 '권장도서'의 문제로도 연결된다. 


 EBS에서 제작 중인 '<책맹인류> 2부 : 초등 5학년 왜 책이 싫어졌을까?'에는 청소년들에게 주어지는 '권장도서'의 문제점이 등장한다. 다큐멘터리에서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시작으로 볼 수 있는 초등 고학년부터 독서 흥미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청소년의 수준과 흥미에 맞지 않는 책들이 권장도서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에게 강권되기 때문이다. 

1차 출처 : EBS, 2차 출처 : http://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470868


따라서, 청소년 소설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 어른들은 청소년 소설이 학습 교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고 있어야 한다. 


 청소년 소설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이슈는 소설 속에 재현되는 현실의 문제이다. 청소년 소설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나, 폭력적인 현실을 그대로 재현해도 되는가? 강수환은 <재현의 언어를 청소년에게>에서 이러한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역시 앞선 논의와 이어진다. 청소년들이 아직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고, 청소년 소설이 청소년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심어주는 도구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답은 후에 나오는 김담희의 <주문 많은 도서관>에서 유추할 수 있다. 그는 호주의 사서 교사 매건 테일리의 말을 인용했다. "아이들은 삶의 빛과 어둠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다룬다." 청소년들이 성인들에 비해 살아온 시간이 짧은 것은 사실이나 그들 역시 하나의 인격체로 취향이 있고 안목이 있다. 책을 읽다 자신의 취향에 맞으면 독서를 지속할 것이고, 아니면 과감히 반납하거나 읽지 않을 것이다. 성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청소년의 삶에도 희로애락이 존재하니 이는 그들의 몫으로 온전히 두는 것이 좋겠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슈가 고스란히 담긴 7편의 청소년 단편 소설을 접할 수 있다. <세상의 이름은 기린>(단요), <가렌웰의 주방>(현호정)처럼 추상적인 주제가 담긴 소설, <다음 문장을 바르게 고치시오>(길상효)처럼 장르 문학적인 요소가 가미된 소설, <뇌를 빼고 그림을 그려도 미대에 가고 싶습니다>(곽유진), <앤>(최상희)처럼 사회의 부조리함을 재현해 낸 소설, 마지막으로 <꽃의 노래를 함께 부를래?>처럼 청소년의 숨겨진 마음, 정체성을 고민하는 소설까지. 앞서 언급한 청소년 소설의 이슈를 소설들에서 발견할 수 있어 기뻤다. 이론을 배우고 실전에 적용하여 도움을 얻었을 때 느끼는 보람이랄까. 


 서두에 썼듯이 청소년 소설의 저변은 확대되었고 아직 확장 중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아동과 성인 문학에 비해 연구되고 개척되어야 할 지점이 많다. 소설을 통해 사회를 보는 새로운 눈을 트여준다든지, 정치적인 올바름을 갖게 해준다든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청소년 독자의 시선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청소년 소설이 성인들에게도 흥미를 갖게 한다는 점은 청소년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나 그들의 시각이 아닌 성인의 시각에 맞춰져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시된다. 실제로 일부 청소년 소설을 읽어보면 청소년들에게 동화같이 유치하거나 순수 문학처럼 너무 추상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청소년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민한 시기의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시각에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창비어린이 82호>를 기점으로 청소년 소설, 더 나아가 청소년 문학에 대한 논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결과로 청소년들이 뚜렷한 애호와 취향을 가진 성숙한 애독자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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