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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Oct 09. 2023

엄마가 없으면 어떡하지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 2022)를 읽고

널 편안하게 해줄 수만 있다면, 엄마는 어떤 고통도 감수할 거라고, 그게 바로 상대가 너를 진짜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미셸 자우너, <H마트에서 울다>, 문학동네, 149쪽

 엄마.

 듣기만 해도, 소리 내어 읊조려 보아도, 울컥하는 이름이다. 어떻게 말하는지, 빨래는 어떻게 개는지, 좋은 수박은 어떻게 고르는지 등등. 나에게 세상에 필요한 모든 지식을 가르쳐 준 건 엄마였다. 엄마는 나의 가장 좋은 스승이자 가장 가까운 친구다. <H마트에서 울다>(문학동네, 2022)의 미셸과 미셸의 엄마처럼.


 <H마트에서 울다>는 한국과 미국 혼혈인 저자가 엄마를 췌장암으로 잃고 엄마를 어떻게 애도하고, 어떻게 그 상실에서 회복했는지를 보여준다.

​미셸과 미셸의 엄마, 정미처럼 나와 우리 엄마도 끝없이 갈등하던 시기가 있었다. 미셸과 정미는 미셸의 사춘기 시절 미셸의 진로 문제로 크게 싸웠다. 미셸이 대학에 가고 조금 떨어져 지낸 후에야 "서로에게 입힌 어마어마한 상처가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나와 엄마는 내가 대학에 들어간 후 몇 년 동안 사이가 소원했었다. 당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어 생활하고 있었던 나는 한 살 어린 동생에게 퍼주기만 하던 엄마가 못마땅했다. 엄마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동생 이야기만 나오면 서늘해졌던 우리 사이도 내가 해외에서 일하는 동안 잠잠해졌고 애틋해졌다. 해외 생활 동안 나는 진정한 내 편이 주변에 없다는 고독함에 시달렸고, 엄마는 해외에 혼자 남겨진 나를 걱정하며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불안에 시달렸다. 떨어져 지내본 후에야 우리는 서로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우리는 세대와 문화와 언어가 갈라놓은 단층선 반대편에 각각 던져져 기준점도 없이 죽도록 헤매기만 했을 뿐 서로가 서로의 기대를 생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미셸 자우너, <H마트에서 울다>, 문학동네, 285쪽

 이 책에는 엄마와 저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저자가 엄마를 잃고 나서 상실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도 나온다. 저자는 엄마와 자신의 연결고리였던 한식을 직접 요리함으로써 엄마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을 추억으로, 그 추억들을 보존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바꾼다. 김치를 담그면서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과 엄마와의 연결을 서서히 찾는다. 배추를 발효시켜 김치라는 새로운 생명을 누리게 하듯이, 자신의 엄마와의 기억 역시 잘 간직하겠다고 다짐한다.


 엄마가 곁에 없다는 생각은 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하다. 하지만 죽음이라는 인간의 공통적 필연성은 우리 가족을 비켜가지 않을 것이다. 나중에 나나 엄마가 회복이 필요할 때 미셸과 한식처럼 지지대를 삼을 수 있는 추억들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미셸의 이야기를 잘 새겨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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