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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Oct 19. 2023

어린이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2021)을 읽고

 어린이. 소파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의 존재를 인식하고 그들을 어른과 다르게 대우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선생은 어린이가 순수한 어린이다운 모습으로 생활하고, 그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랐을 것이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아동학대, 어린이 살해 후 자살, 어린이 노동력 착취, 유기 등 안타까운 어린이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도처에 널려있다.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 2021)는 저자가 만난 어린이들을 통해 독자들이 어린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사회에서 어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저자가 독서수업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저마다의 개성 있는 에피소드로 훈훈함을 선물한다. 장애가 있는 어린이에게 "몸이 달라도 반겨주자"(36쪽)며 편견 없이 환대를 표현하는 어린이, 맛있는 걸 보면 저자에게 가져다주고 싶어 하는 사랑이 넘치는 어린이 등등. 책에 나타난 어린이들의 행동은 성인 독자로 하여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한다. 

 또 어른들이 쉽게 지나치는 어린이들의 모습들도 꼼꼼하게 묘사하고 있다. '애들이 뭘 알아'하며 무의식적으로 무시하는 사이에 어린이가 던지는 날카로운 사회적 질문들, 어린이가 지키려고 하는 나름의 품위 등 어른들이 놓친 어린이들만의 세계가 보였다. 

 저자가 겪은 어린이들의 반짝반짝함을 읽으며 저자가 부러웠다. 저자는 어린이들을 1:1로 만나면서 어린이들 각자의 빛나는 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30으로 아이들을 만나며 아이들의 문제행동들을 지도하고, 학부모 민원을 응대하며, 교육의 범위를 넘어선 업무를 하느라 나는 어린이들이 보여주는 순간의 소중함을 놓치고 지나간다. 저자처럼 어린이 한 명 한 명과 교감하는 시간들은 이렇게나 따스한데 그걸 온전히 느끼지 못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저자의 생각처럼 어린이는 어린이 자체로 인격을 가진 한 존재이며 그에 따른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 상상력, 자존감을 기를 수 있도록 어른들은 어린이들을 도와주고 보호해 주어야 한다. 여기서 '보호'란 어린이들을 무조건 감싸는 것이 아니다. 어린이들이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충분히 잘 지내다가 무사히 '어른의 세계'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실패를 겪으며 회복하는 법도 옆에서 지켜봐 주고, 어린이가 스스로 주변의 갈등도 해결해 보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도 보고 들으며 말이다. 어른들은 어린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한다. 

 아이들의 사회적인 성장을 도우며 어린이들의 빛을 좀 더 잘 관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또 많은 어른들이 어린이들을 '곁'을 지켜주는 사회, 어린이들을 어른의 세계로 안전히 나올 수 있게 도와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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