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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목나무와 매미 Nov 05. 2023

여행 단짝 : 엄마와 나

할 수 있다, 엄마와 함께 말레이시아 여행 Prologue 2

 지금까지 가장 많이 같이 자유여행을 다닌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다. 엄마랑 매번 여행을 갈 때마다 사람들은 놀란다. 부모님 중 한 분을 모시고 여행, 특히 해외 자유여행 가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부모님들을 위한 해외여행 갔을 때 금지어 목록이 있을 정도다. 엄마와의 여행 목록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물어본다. "엄마 모시고 자유여행 다니는 거 힘들지 않아?"

 내 대답은 "전혀"다. 오히려 어떨 때는 친구들이랑 여행 가는 것보다 엄마랑 여행 가는 게 더 편하고 좋다. 대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마와 나는 여행 단짝이다. 일본에서부터 유럽까지. 엄마랑 긴 시간 동안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나와 엄마가 지금까지도 큰 갈등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공개해 본다. 

 첫째, 엄마와 나는 여행 스타일이 매우 비슷하다. 여행 스타일이 전혀 다르면 여행을 다닐 때 불편함을 많이 겪게 된다. 예를 들어 밥을 좀 부실하게 먹더라도 잠은 좋은 곳에서 자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밥은 꼭 잘 챙겨 먹어야 하고 잠은 단출한 곳에서 자도 괜찮은 사람이 있다. 또 여행 가는 길에 관광지들을 빡세게 돌아야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쉬엄쉬엄 그 여행지를 만끽하면서 다녀야 하는 사람이 있다. 이렇게 상반된 여행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가면 여행에서 싸우고 오기 십상이다. 다행히 엄마와 나는 여행 취향이 대체적으로 잘 맞는다. 엄마와 나는 무조건 관광형이다. 지난번, 엄마와 휴양을 목적으로 베트남에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둘 다 좀이 쑤셔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둘째,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부모님과 여행을 갈 때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은 본인이 모든 걸 다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계획부터 숙소, 교통까지 다 신경 써서 예매해놨는데 '여긴 음식이 왜 이렇게 짜냐', '이런 산들 설악산에 가면 널렸다' 등등의 지청구를 듣기 일쑤다. 기껏 열심히 조사한 관광지 앞에 가서는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난 여기 앉아있을 테니까 너네들이나 갔다 와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김이 팍 샌다. 그러면서 다짐한다. 다시는 부모님과 여행 다니지 않겠다고. 하지만 우리는 역할 분담이 확실하다.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은 엄마가, 현지에서 해야 할 일은 내가 한다. 여행 계획, 환전 등은 엄마가 한다. 숙소 정도만 엄마가 몇 군데 추려놓은 곳을 내가 지도로 비교해가면서 확정한다. 현지에 도착하면 보디랭귀지를 동반한 통역, 길 찾기 등등은 내가 한다. 역할 분담이 확실하고 서로 준비하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기에 현지에 도착하면 되도록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엄마와 나는 가장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갈등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파워 J다. 그중에서도 여행이 내 일정에서 벗어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통제적인 J다. 엄마와 스페인 여행을 함께 갔을 때였다. 가져갔던 카메라가 하필이면 여행 첫날 부서지는 바람에 그날 관광 일정 일부를 취소하고 카메라를 사러 갔어야 했다. 당연히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고 툴툴거렸다. 하지만 엄마는 이런 내 모습을 어릴 때부터 너무나 자주 봐 왔기 때문에 별말 없이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었다. 반대로 나는 엄마의 취향, 체력 등에 빠삭하다. 그래서 현지 음식을 찾을 때에도 엄마가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검색을 한다. 또 많이 걸어야 하는 경우, 현지 투어를 찾아보는 등 엄마의 체력을 고려한다.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는 큰 갈등 없이 잘 다닐 수 있다. 

 물론 갈등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인 내가 현지에서 우물쭈물 말을 하지 않을 때 엄마가 답답해서 신경질을 낸 적도 있었고, 나는 엄마를 배려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하고 데려간 식당이었는데 엄마 입맛에 맞지 않아서 실망했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점차 함께 하는 여행이 지속되면서 해결되어다. 나는 나이가 들면서 넉살이 늘었고, 엄마는 여행 경험이 늘면서 입맛이 조금 바뀌었다. 

 자연스럽게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 동반자를 찾을 때도 엄마가 첫 번째 고려 대상이었다. 둘이 동남아 여행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데다 여행 계획 짜기 달인 수준인 엄마와 함께 가면 여행 일정에서는 걱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말레이시아 여행도 대성공이었다. 엄마의 알찬 계획 덕분에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었다. 또 엄마랑 새로운 여행지에서 둘만의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투어를 하는데, 91세 엄마와 60대 딸이 함께 다니는 것을 보았다. 보면서 나도 엄마한테 이야기했다. 

"엄마도 나랑 엄마 91세 될 때까지 같이 여행 다녀줘야 해.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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