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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Jul 02. 2019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코스모스, 나도 다른 누군가에겐 외.계.인


이 뜻밖의 먹먹한 감동을 뭐라 표현할까?
비문학, 심지어 과학도서인 이 한권의 책이 소설보다 이렇게 더 큰 울림을 줄 줄이야.

이 벽돌책에 도전하게 된 건, 작가는 칼세이건이요. 코스모스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루고 미루다 지난 4월 15일 홍승수 교수의 부고 소식을 접하고 더 미뤄선 안될 것 같았다. 故 홍승수 교수는 아시다시피 코스모스의 번역자이자, 한국 천문학계의 대부와 같은 분이다. 보통 책을 읽고 나서 옮긴이의 말이나 해설까지 챙겨 읽지 않는 편인데, 고인의 겸손한 ‘옮긴이 후기’는 꼼꼼히 반복해서 읽었다.코스모스의 시작은 개인적으론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도입이었다.자주. 비중있게. (실제로도 아주 중요한) 언급되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슬쩍 가본 여행자로서는 아주 퍽 반가웠다. 또한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균쇠에 이은 독서로여러모로 공감과 이해에 도움이 됐다. (경험상 두 名著를 함께 읽거나 연달아 읽어도 좋은 독서 경험이 될 것 같다.)코스모스를 읽는 동안 의식과 사고는 무시로 변화를 겪었는데.첫번째가. 비문학이 문학보다 재밌을수도 있구나. 소설 지향적인 독서취향을 돌려놨고.두번째가. (나름 열절한 가톨릭 신자로서 불경하기 그지 없을 수 있으나) 생명 진화론이 어쩌면.....어쩌면....그럴 지도..세 번째는. 600쪽에 달하는 벽돌책이 끝나가는 게, 이다지도 서운할 줄이야...

설마설마했던 것들에 대한 확신>>

외계인의 존재는 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얘기며, 보고 나와서도 말도 안되는 신소리라고 중얼댔지만, 코스모스를 읽고 난 지금은. 이 우주,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에 생명체가 없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미치게 된다. 아직 지구 인류가 그들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며, 어쩌면 그들도 우리를 미치도록 찾아 헤매고 있을지도. 아니면, 이미 발견해 은밀하게 지켜보고 있을지도...최근 옥스퍼드 대학의 한국학 교수인 지영해 박사가 “외계인이 지구에서 인간을 납치해 혼혈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검지 손가락을 귓바퀴에서 두어바퀴 돌려봤지만. 코스모스를 읽은 지금,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겠구나....뭐 이 정도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내가 이 책을 감히 어떻게 리뷰하며, 평가하겠는가.
다만, 통렬한 반성과 함께 지구에 사는 인류 1인으로서 조금은 겸손해졌단 고해는 할 수 있다. 내가 수천년전 그보다 훨씬 이전의 원시인이나 혹은 미생물의 사고 수준과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사실, 거대한 태양덩어리가 고체가 아닌 기체인지 지구 인류의 몇퍼센트가 적확하게 알것이며,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고, 그 주기가 일년이며 1일 1자전이라는 사실. 또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 이 모든 팩트를 지구과학시간에 배움받지 않았다면, 여즉 태양이 지구의 위성이며, 밤하늘의 별은 거대한 검은 천 사이로 구멍을 뽕뽕 뚫어 보이는 불빛이라고 생각지 않았으리라 어찌 장담하겠는가. 말도 안되는 우주의 수수께끼나 푸는 천한 학문을 한다는 이유로 천대받고 종교와 정치이념으로부터 사살당한 2000년 전 이오니아의 천문학자 이래 수많은 과학자들 덕에 나같은 무지한 문과생조차도 우주를 바라볼 수 있게 되지 않았던가. 위대한 과학자들 덕에 나는 지금 지식의 무임승차를 하고 있는 셈이다.

코스모스가 단순한 과학 천문서적이 아님은 칼세이건의 유려한 문장만큼이나 유연한 사고에서 드러난다. 특히 지구 중심의 우주관이 태양 중심의 우주관으로 바뀌면서, 인류는 겸허해졌다고 해석한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cf.이오니아의 마지막 과학자, 아리스타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으로,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돈다’는 사실은 최초로 밝혔다. (코페르니쿠스는 아리스타르코스가 자신에 앞서 이 사실을 발견했음을 알고 있었지만, 본인의 책을 출간할 땐 이 사실을 ‘쏙’ 빼버렸다.)


p.380
"아리스타르코스가 우리에게 남겨준 위대한 유산은 지구와 지구인을 올바르게 자리 매김한 것이다. 지구와 지구인이 자연에서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라는 통찰을 위로는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보편성으로 확장됐고 옆으로는 인종차별의 철폐로까지 이어졌다."


이 얼마나 근사한 해석인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고작 태양계의 운좋은 한 행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그 편협한 사고에서 탈피하면서, 인류는 '내가 낫고 네가 못하다'는 몹쓸 차별주의에서 비로소 벗어나야한다는 자각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두고두고 여러번 읽어보고 싶은 코스모스. 이미 일독한 분들은 아시겠지만,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사실. 
책의 두께에 백기 들지 말고, 자녀들과 함께 꼭 읽어보시길 강추하는 바!!


1996년 2019년 각각 그들의 세계=우주로 돌아간 칼세이건 교수와 홍승수 교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덧. 칼세이건 교수의 코스모스를 보급판으로 읽다, 민음사패밀리데이에서 양장본을 구입한건 올해들어 가장 잘한 일은 듯.





『코스모스』 칼세이건, 옮긴이 홍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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