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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많은김자까 Nov 18. 2019

애 키운 공은 없다! 누가 그래?!

애많은김자까의 브런치를 처음부터

구독해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울엄마(친정엄마) 김여사는 여섯살부터 20살까지

2녀 3남 외손주를 온전히 당신 손으로 키우셨다.

고마움과 미안함과 면목없음을 열거하면 트럭 한대로도 모자른 게 사실이다.

이런 몹쓸 내게 주위에선

친정엄마 고생시키는 못된 딸이라는 질책도 수없이 해왔다.

할말없는 질책이다. 왜 아니겠는가?

그러나, 나에게 향하는 손가락질은 쓰더라도 그러려니 달게 받겠지만,

울엄마 김여사에게 던지는 제 3자들의

걱정을 덧씌운 참견은 참기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애 키운 공은 없다!!


"그렇게 애지중지 손주들 키워봤자 야. 애키운 공은 없다잖아."

"아유~애키운 공은 없다던데, 뭐하러 키워 줘요. 그것도 외손주를"

"형님, 그래봤자 피는 물보다 진해서, 다 크고 나면 지들 친할머니친할아버지 찾지. 외할머니 공은 몰라. 외할머니는 찬밥이라니깐"

뱉어내는 대사들도 다채롭다.


그때마다, 울엄마 김여사는

"공 안바래. 공치사하려고 키워? 내가 딸년 잘못 둔 죄지. 저것들(외순주들)도 내새끼니까"


1호는 도와주는 분도 없이 혼자서 온전히 키우셨다.

아토피가 심했던 1호를 안고 밤새 긁어주고 약발라주고,

간지럽다고 울면 부등켜 안고 달래며 뜬눈으로 함께 울었던 김여사다.

아토피가 사라지면서, 해산물 알러지가 생기고...멸치 육수만 끓여도 온몸이 퉁퉁 붓는 1호 때문에

김여사는 멸치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따로 담았고.

해산물을 먹지 못하는 1호를 위해, 매끼니 1호를 위한 밥상은 따로 차린다.


김여사가 환갑되던 해, 갓 돌 지난 3호가 던진 15센티미터 자가

하필이면 김여사의 눈에 맞아 응급수술을 받았음에도

한쪽눈의 시력을 거의 잃다시피했다. 김여사는


돌도 안된 4호를 씻기고 욕실에서 나오다 넘어지는 바람에

척추가 골절돼, 허리는 구부정해지고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는 울엄마 김여사다.


그런데!! 애키운 공이 없다고?!!



얼마전 울엄마 김여사가 수원으로 결혼식을 가게 됐는데,

우리 부부는 지인네 돌잔치와 겹쳐, 모셔다 드리지 못하게 됐다.

그날 애많은김자까와 애많은이피디가

지하철역까지 김여사를 모셔다 드리면서,

교통편을 거듭거듭 반복하며 알려주니,

까칠한 김여사

"내가 길도 못찾는 바본줄 아니?"


이때 띠링 울리는 카톡. 수능을 불과 사흘 앞두고 독서실에서 열공하던 1호였다.


혼자 수원까지 가야 하는 할머니가 걱정이 됐던 재수생 1호는.

어디행 지하철을 타야하고,

몇번 객차를 타야 하차해서 계단과 가까운지까지...빨간색으로 표시해서

카톡을 보냈다.

자기가 바본줄 아냐고 했던 울엄마 김여사는

외손녀의 카톡을 보고

죄다 못말리겠다며 혀를 찼지만,

빙긋이 웃었다.


동생을 절대 때리지 않겠다고 결심한 2호가

1년 넘게 그 약속을 잘 실천해오더니,

며칠전 3호를 개패듯 팼다고 해서

불러 나무랐다.

그리고, 3호를 왜 때렸냐고 물으니,

"할머니한테 싸가지없게 말했어요"


이제 어렴풋죽음의 의미를 알게 된 여섯살 5호는

매일 밤 눈물바람이다.

"할머니가 나이가 제일 많잖아. 할머니가 날 두고 하늘나라로 가면 어떡해"


학교에 다녀와서,

엄마는 있어도 할머니가 없으면,

풀이 죽어버리는 4호.


할머니 돌아가시면 저도 따라죽을거라는 2호.

할머니는 쉬시라며, 냉큼 일어나 설거지를 하고

쓰레기는 제가 버릴 거라며

늘 할머니의 가사일을 덜어주는 3호.


할머니가 좋아하는 크로와상 맛집이 있다는 말에,

몇번 버스를 갈아타고 사와선,

"아무도 주지말고 할머니 혼자 먹어야해. 크로와상" 말하는 1호.


그런 1호가 오늘

"엄마"

"응"

"할머니가 요즘 들어서 부쩍 빨래를 헷갈리는 것 같아"

건조된 빨래를 개켜 가족들마다 분류해서 각자의 서랍마다 넣어주는데

요즘 들어 울엄마 김여사가 부쩍 얘껀지 쟤껀지 혼동한다는 얘기였다.

1호는 그말끝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어쩌지?"

"뭐가 어째? 사람만 여덟명이야. 헷갈릴만도 하지"

"할머니 예전엔 안그랬단 말야."

"엄마도 헷갈려"

스무살 1호는 이내 눈물을 글썽이며

"할머니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가 없어"


"애키워준 공은 없다??"고 누가그래?

엄마. 다섯 녀석들 효도 받으시면서 오래오래 사십시다.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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