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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애많은김자까
Feb 25. 2020
딸은 삼수를 합니다
2녀3남, 5남매 중 1호 이야기
21살 첫째부터 7살 막내까지, 2녀3남 다자녀맘,
방송작가 '애많은김자까'입니다.^^
수험생 부모에게 "그집 애는 어떻게 됐쑤?"
물어보는 게, 눈치없는 뻘소리같다지만, 어때요? 괜찮습니다 ^^
맘껏 물어보세요.
우리 딸은 '라'군에 합격했습니다.
정시는 가, 나, 다 군이 있죠? '라'군은
강남 재종(재수종합학원)이라고 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
마흔여덟에 말기 암선고를 받고,
완치와 재발을 되풀이하다
이후 십년을 살다간 아빠의 꿈은
백령도에 한번 가보는 거였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백령도라는 곳은
그렇게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또한
여행코스로 잡아두기에도 생소하고 별난 곳이었다.
아빠의 삶, 이승에서의 막바지 소풍길에 아빠는
그 꿈을 이뤄보고자 했다.
아는 지인을 통해, 거처도 마련하고 짐까지 쌌더랬다.
그런데, 떠나기 며칠 전 아빠는
"
나
포기하고 싶지 않아
"
그래서, 아빠가 선택한 곳은 백령도가
아닌,
암도 고친다는
단식원이었다.
(말리고 싶었다)
단식으로 암을 고쳤다는
실체없는 사례자들의 경험담에 의지해보기로 한 거다.
그러나
엄마와 함께 서울 모처의 단식원에 들어간 아빠는
단식 보름만에,(김여사도 함께 굶었다)
피골이 상접한
누가봐도 말기암환자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병세는 눈에 띄게 악화됐다.
삶과 생에 대한 의지를 단식원에 걸었고,
아빠는 보름만에 빼도박도 못할
시한부 암환자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리고
'
포기하고 싶지 않
다'던 마지막 소망을 뒤로 한 채,
백령도도 한번 못가본 아빠는
그렇게
단식원에 다녀온지
50일만에
하느님께로
떠나갔다.
지인이나 지인의 가족이 말기암선고를 받았다고 하면,
과거 나와 우리 가족과 아빠가 그랬듯이
그들도 똑같은 고민을 한다.
가망이 없다지만,
그래도 방사선을 비롯한 항암치료를 받아볼까?
그냥, 남은 인생 못해본 것 해보며, 그렇게 살아볼까?
압도적으로 선택은 전자로 귀결된다.
울엄마 김여사를 비롯해,
말기암환자를 떠나보내 본 유경험자들은
치료를 해라 마라....내가 겪어보니, 그렇더라...를
충고해
주고 싶어하지만.
그들에겐
필요한
건 충고가 아니다.
그래서
난 입을 다문다. 다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그때 단식원이 아니라
백령도를 갔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못해도 반년은 더 살았을텐데.
솔직한 나의 심정은 그렇다.
그러나, 그건 그때 아빠의 선택이
백령도가 아닌 단식원
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단식원이 아닌 백령도로 갔다면,
지금쯤 아마도 "포기하지 말고, 뭐라도 더 해볼껄"
이런 후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지금도 별의별 남탓과 별의별 후회를 한다.
그래서, 남의 절박한 선택을 두고 이래라저래라
참견하는 데에 나는 반대한다.
그들의 절박함을 내가 경험해 본 선배라는 이유로....
그들의 선택은 절박함이고,
그들이 매달리는 1%의 기적은 간절함이다.
물론 내가 시한부선고를 받는다면,
난 절대 생명 연장이나, 1% 기적을 위해,
남은 생을 허비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하지만,
사람이 막상 닥치면 모를 일이다.
나도 백령도를 가지못한 아빠가 될 지 모른다.
저울 위에 두 '후회'를 달아놓고
더 기우는 쪽으로 결정할 밖에.
다섯아이 중 첫째인 1호는 가고자 했다면,
올해 수시든 정시든 어디든 대학이란 곳을
갈 수 있었을 게다.
꽤 괜찮은 대학으로부터 정시 대기표도 받았지만,
꽤 괜찮은 그 대학의 그 과는, 좀처럼 결원이 생기지 않았다.
아이는 대충 아무 대학이나 가서, 반수를 하겠다고 했지만.
난 반수는 절대 안된다고 못박았다.
"인생은 그렇게 간을 보는 게 아니야"
내가 아는 한, 우리 아이는 반수를 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다.
아이를
붙잡고 얘기했다.
반수는 안돼. 그리고 니가 어느 대학을 가든 상관없어.
엄마아빠는
딸의 대학으로
창피하거나
으쓱해지는
그런 못난 부모는 아니야.
너도 너의 가치를
그깟 대학간판으로 가늠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결정은 니가 해. 어느쪽이 후회가 클 것 같니?
네 목표에 못미치는 대학에 가서,
평생 후회할 것 같으면
한번 더 해.
단, 삼수를 하게 되면 조건이 있어.
쪽팔려 하지마. 즐겁게 해야해.
단박에 대학에 못들어 간 삼수생이 아니라,
남보다 한두번 기회를 더 갖게 된
행복한
삼수생으로 살아야 해
.
1,2년 늦는 거?
인생에선
대수롭지 않은 일이야.
아이가 다섯, 첫째의 학원비를 대는 건
나 역시도
허리가 휘는 일이다.
양가 조부모님들은 "그냥 보내라"고 지금도 성화시지만,
나에게 중요한 건, '후회'라는 단어다.
쉽지 않은 선택이고,
소속없이 다시 일년을 재수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아이의 고달픔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때 그렇게 해볼껄'이라는 '후회'가
평생 아이의 발목을 잡고 늘어진다면,
그건 내가 못견딜 일이다.
두번 아니라 한번 사는 인생인데,
까짓 (되도록) 원도 한도 없이 살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평생 엉덩이에 땀띠나도록
책상에만 앉아살았던 아이다.
책상 앞,
의자 위의 삶을 산 아이로선
'
대학'이라는
지나
보면 별것도 없는 제도권에
쉽게 타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딸아이는 '라'군 합격으로 재종을 다니기
시작했다(코로나19로 휴원 중이지만)
늘 그렇듯, 딸아이는 열심히 살고 있고
나는 아이를
응원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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