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또 지루하지 않고 술술 끄덕이며 책장을 넘기게 하는 건 탁월함으로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스펙타클 짜잔~하는 뭔가도 없고,
흔한 막장 욕망인물과 같은 갈등꺼리를 등장시키지 않고도 오로지 공감만으로 천쪽 가까이 밀고 나갈 수 있는 힘은, (다른 장르 작가지만 같은 롸이터로서) 부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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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라든가, 메그의 쌍둥이 아들 떼쟁이 데미를 다루는 법이라든가,
좋아 죽겠다가 육아에 지쳐 남편뒷전하다
기어이 권태기를 맞이하게 되는 메그부부의 상황이나,
베스의 임종이라든가, 굵직한 것부터 사소한 것까지,
과장하지 않고 수긍하게끔 만든 비결은
일상을 일상대로 현실을 현실대로 구현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간중간 주옥같은 MSG 대사가 한몫들을 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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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친애하고 사랑하는 조.
잘쓰진 않지만 그럭저럭 글써서 밥벌어먹는다는 점.
해바라기를 좋아한다는 점.
불같은 화내고 후회를 밥먹듯 하고
연애에 무딘 조는
제법 나와 닮았다. 그래서 격하게 지지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끼어들 연애사는 아니지만,
조의 선택이
거의 동갑내기 로리가 아닌
나이많은 배불뚝이 바에르교수였다는 점은 아쉽고도 아쉽고, 지금도 애석하다.
(현실은 나역시 나이많은 배불뚝 씨와 살고 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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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결말.
아름답고 아름다운 전개와 결말에 딱히 토를 달 자격은 없으나,
그럼에도 단군의 홍익인간 이념이,
미쿡 작은아씨들네까지 뻗쳐,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그런 결말이라니.
계몽적 교조적 결말이, 닭살로 마무리 되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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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울컥울컥했던 건,
아버지 병간호를 위한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자른 조.
베스의 죽음. 베스의 죽음에 대한 기록은 정말이지 현실적이고도 아름답고도 배려가 넘쳤다.(P.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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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사람이 기억에 남을 만한 말을 한다거나 특별한 환영을 본다거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책에서나 볼 수 있는 일이다. 죽음으로 숱한 이들을 떠나보낸 사람들은 삶이 마치 잠처럼 자연스럽고 단순하게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베스도 본인이 바랐던 대로 ’썰물처럼 어렵지 않게‘ 빠져나갔다’ (너무나 아름다운 표현이다. 썰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