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프리다는 1907년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1910년 멕시코에서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혁명이 일어났고, 그녀가 성장하던 시기는 혁명의 열기로 뜨거웠던 시절이었다. 그녀는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녀는 생물학, 해부학 등을 공부해 장차 의사가 되려고 했다. 그런데 그녀가 열일곱 살 되던 해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 버스가 전차와 충돌했다. 전차의 강철이 그녀의 옆구리를 뚫고 척추와 골반을 관통해 허벅지로 빠져나왔고 소아마비로 불편했던 오른발은 짓이겨졌다.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었다.
깁스를 한 채 침대에 누워 두 손만 자유로웠던 프리다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뿐이었다. 이것이 그녀가 평생을 두고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그녀는 자화상에 대해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서 21살의 나이 차이를 뛰어넘어 운명적인 결혼을 했다. 그렇지만 그 결혼은 프리다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 훗날 그녀는 리베라와의 만남을 자신이 10대에 겪은 교통사고에 이은 ‘두 번째 대형사고’라고 말했다.
결혼 후에도 디에고의 바람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프리다의 동생과 디에고가 바람을 피운 일은 그 어떤 일보다 프리다에게 큰 고통과 상처를 주었다. 디에고는 프리다에게 너무나 많은 아픔을 줬지만 프리다는 디에고를 포기하지 못했고 끝까지 사랑했다. 그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다. 사랑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1940년대 말부터 그녀는 건강이 악화되어 오른쪽 다리를 잘라냈고 몇 차례 척추 수술을 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녀는 거의 누워서 지내야만 했고, 휠체어에 기대 간신히 앉아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림이야말로 그녀의 삶을 지탱하게 해 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는 1944년에서 1954년까지 대략 10년에 걸쳐 작성되었다. 당시 그녀의 건강은 아주 나빴고,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때부터 그녀는 본격적으로 일기를 쓴 듯했다. 일기에는 글뿐만 아니라 그림들도 실려 있다. 그녀의 일기에 실린 글과 그림 대부분은 성(sex), 임신, 탄생, 신체적 고통을 다룬 것들이다. 그녀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1954년 7월 프리다는 ‘당신을 빨리 떠날 것 같다’면서 한 달 여 남은 결혼 25주년 기념 은혼식 선물을 디에고에게 먼저 주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칼로는 폐렴 증세의 악화로 고통과 고독 속에서 보낸 47년의 슬픈 생을 마쳤다.
프리다 칼로는 “나의 평생소원은 단 세 가지, 디에고와 함께 사는 것, 그림을 계속 그리는 것, 혁명가가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칼로가 죽고 1년 후, 리베라는 그녀가 태어나고 죽을 때까지 살았던 코요아칸의 ‘푸른집’을 나라에 기증했다. 그녀의 집은 이제 칼로를 기리는 미술관이 되어있다.
이 책 표지에는 프리다 칼로가 그린 자화상의 얼굴이 나와 있고 그 아래에는 “나의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결코 돌아오지 않기를.”이라는 글귀가 있다. 이 글은 프리다 칼로의 일기 마지막에 쓰여 있었던 것이라고 한다.
그 글에서 그녀의 고통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평생 디에고를 사랑했지만 그녀의 사랑은 제대로 보답받지 못했다. 그녀의 일기 곳곳에서 디에고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디에고.
진실은 너무나 거대해서, 나는 말하기도, 잠들기도, 듣기도, 좋아하기도 싫어요.
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사원이나 마법의 힘 없이 나는 당신의 두려움 속에, 당신의 커다란 불안 속에, 그리고 당신 심장 소리 안에 갇히고 싶습니다. 이 모든 광기를 만약 당신에게 요구한다면, 나는 당신의 침묵 때문에 그저 당혹스럽겠지요.
당신이 나를 범했으면 좋겠습니다, 어처구니없겠지만. 그러면 당신은 내게 호의를 베풀겠죠. 당신의 빛 그리고 온기.
당신을 그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적합한 색깔이 없어요. 색깔이 너무 많거든요, 혼란스럽게도, 내 커다란 사랑의 구체적인 형태로서.
F.
오늘, 디에고가 나에게 키스했다.
매 순간, 그는 나의 아이이다.
날 때부터 내 아이, 매 순간,
매일, 나의 것이다. (23쪽)
나의 디에고:
밤의 거울.
당신의 눈이 내뿜는 녹색 칼날이 제 살 속에 박힙니다. 우리의 손은 함께 물결칩니다.
당신은 소리로-그늘과 빛으로-충만한 우주입니다. 당신의 이름은 조색단입니다. 색깔을 흡수하는 남자. 저는 발색단-색깔을 제공하는 여자이지요. 당신은 숫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조합입니다. 삶이죠.
저는 당신이 제게 준 선을, 형태를, 그림자를, 움직임을 이해하고 싶어요. 당신의 말은 온 우주를 떠돌고, 나의 세포, 나의 별들은 그것으로 인해 빛납니다. 당신을 향해.(49쪽)
이 일기를 보면, 그녀가 순전히 불행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무척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영혼을 그려냈고, 그런 행위에서 그녀만의 진정한 자유를 얻지 않았을까?
모데스타 수아레스(Modesta Suarez)가 프리다 칼로에 대해서 한 말로 이 글을 마친다.
“그녀는 진정으로 삶에 저항하고, 잔인한 현실과 육체적 고통을 캔버스에 시적으로 풀어낸 사람이다. 그 어느 여인도 이와 같이 할 수 없었다. 이 일기라는 작업실을 통해 그녀는 스스로를 표현했다. 그녀의 일기는 그림으로 된 하나의 담론이다. 또한 하나의 시이며, 공간-작가의 팔레트가 있는 은밀한 스튜디오이고, 혼돈의 순간을 통과한 예술의 시작이자 근원의 장소이다.”
*프리다 칼로의 일기에 있는 스케치.
중앙의 여인은 프리다이며, 우주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무릎에는 디에고를 안고 있는데, 디에고는 아이의 모습이다. 디에고에 대한 프리다의 절대적인 사랑이 표현되어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