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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정재승/어크로스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이 책은 저자가 지난 10년 간 기업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뇌과학 강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강연 12편을 묶어서 내용을 추가해서 다시 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주제는 “뇌과학의 관점에서 인간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책은 의사결정, 창의성, 놀이, 결핍, 습관, 미신, 혁신, 혁명 등 인간의 다양한 행동과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관점을 통해 인간을 다각도에서 이해하고자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의 시대, 제4차 산업혁명과 블록체인 혁명 등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거대한 기술 문명의 변화를 그려보려고 한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여러 가지 내용을 다루었지만, 그중에서 내게 특히 인상적인 내용 하나만 다루어보겠다. 그것은 마시멜로 탑 쌓는 실험 이야기이다.



마시멜로 탑을 쌓는 방법


미국 디자인 회사 IDEO의 피터 스킬 먼(Peter Skillman)이 고안. 톰 우젝(Tom Wujec)이라는 학자가 했던 실험 내용이 테드(TED)에 소개되면서 널리 알려졌다.

마시멜로 챌린지의 게임의 룰은 서로 처음 보는 사람 네 명이 둥근 탁자에 둘러앉는다. 스무 가닥의 스파게티 면, 접착테이프, 실, 마시멜로 한 개가 주어지는데, 주어진 18분 이내에 탑을 쌓는 방식이다. 미국 경영대학원(MBA) 학생들이나 변호사들은 먼저 자기소개를 하고 과제 수행 계획을 짰지만 그들이 쌓은 탑은 대부분 무너졌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의 탑이 유치원생들이 쌓은 탑의 높이보다 현저히 낮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보여줬다. 그들이 계획을 세우며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유치원생들은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일단 쌓는 작업에 돌입한다. 아이들은 하나씩 탑을 쌓아가며 높낮이와 탑의 안정성을 손으로 직접 조작하며 눈으로 확인하면 탑을 차근차근 쌓았다. 아이들의 직관이 어른들의 이성을 앞선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정재승은 이렇게 분석했다.


처음 해보는 일은 계획할 수 없습니다. 혁신은 계획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혁신은 다양한 시도를 하고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중요한 건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계획을 끊임없이 수정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계획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끊임없이 바뀌는 상황에 맞춰 계획을 수정하면서 실행해나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얻습니다. 특히 처음 해보는 일에서는 계획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합니다. (25쪽)


우리는 무슨 일을 시도하기 전에 많은 계획을 세우려고 했다. 해마다 해보는 새해의 계획 같은 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느라 에너지를 낭비하고, 결국은 시도를 하면 안 되는 부정적인 이유만 잔뜩 찾는다. 그리고 그 일을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무모하게 시작해서도 안 되겠지만 적당한 계획을 세운 다음, 바로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일을 맞닥뜨리게 될 때는 계획을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전략을 세우면 된다.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계획하느라 너무 많이 시간을 보내지 않고,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이 어떤 일의 성공률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시멜로 챌린지의 또 다른 흥미로운 실험이 있다.

실험에 참가한 여러 10개의 팀이 탑을 쌓으면 그중에서 평균 6팀 정도가 성공한다고 한다. 그런데 제일 높이 쌓은 팀에게 1만 달러(약 1200만 원)의 상금을 걸면 성공하는 팀이 사라진다고 했다. 여러 번 실험을 해도 매번 결과는 유사했다고 한다.

상금을 타기 위해 사람들의 전략이 달라지고, 가장 높은 탑을 쌓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한다. 상금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시야가 좁아지고 조급해진다. 이것을 터널 비전(tunnel vision) 현상이라고 한다.

인센티브를 주면 사람들은 목표와 성취 그 자체를 위해서 달리지 않고 보상과 처벌에 따라 일을 하기 때문에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마시멜로를 높이 쌓으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1등을 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마음이 급해지고 다른 사람들과 경쟁해야 하고, 1등을 하기 위해 무리한 계획을 세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 삶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떤 일을 할 때 그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며 열과 성을 다해서 일을 하면 대체로 그 결과가 좋다. 그렇지만 어떤 보상에만 집착하면 욕심을 자꾸 부리게 되고, 일을 즐길 수 없게 된다. 이런 경우 일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이 실험의 결과는 의무감이나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하기보다는, 일 그 자체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일을 놀이처럼 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미국 놀이연구소 소장 스튜어트 브라운(Stuart Brown)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가장 창조적인 행위라고 합니다.(116쪽)


실리콘밸리에는 ‘진지한 놀이(serious play)’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인간은 놀이를 하는 동안 완전한 몰입을 경험하며, 이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혁신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120쪽)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니 삶이 고달프다. 비록 지금 하는 일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아닐지라도, 그 일 자체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면 점점 그 일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마시멜로 탑 쌓기 실험 하나를 통해서, 우리 삶의 방향과 일의 방식에 관한 여러 가지 사실을 알아볼 수 있어서 무척 흥미로웠다.

내 삶에 적용해서, 삶을 ‘새로고침’할 수 있으면 더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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