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시네마
꽃과 사막의 화가로 알려진 조지아 오키프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그녀의 삶과 작품 활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미국 근대 사진작가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와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영화 첫 장면에 나오는 오키프의 독백이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난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말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는 기지도 않고 걸으려는 아기와 같다. 말로 그림을 설명하기보단 그림 스스로 말을 하게 해야 한다. 과거에 내게 어떤 일이 어떤 식으로 일어났는지는 개인적인 사정일 뿐 다른 사람들과는 상관없다. 관람자는 자기 방식대로 그림을 이해하면 된다. 그게 관람자의 권리이자 내가 부여한 의무다. 어느 누구의 통찰력도 자신의 통찰력만 못하니 그것과 생사를 같이 해라. 결국 남는 건 그것뿐이다. 통찰력을 잃으면 자신은 물론 모든 걸 잃는다. 난 스스로에게 귀 기울여야 했다.
예술가의 정신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말이다. 이 말에 적지 않은 전율을 느꼈다.
그녀는 여성이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하던 시절에 그림을 그렸다. 예술을 하기는 훨씬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
오키프는 스무 살이나 차이가 나던 스티글리츠와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은 불행했다. 남편이 계속 바람을 피웠으며, 너무 무책임했다. 오키프는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오키프는 마침내 남편을 떠나 친구가 있는 뉴멕시코로 간다. 그녀는 그곳의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독창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키프는 남편인 스티글리츠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달려가서 그의 곁에서 임종을 지킨다.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함께 살 수는 없었던 이상한 운명의 부부였다. 아니, 부부라기보다 영혼이 통하는 예술적 동지에 더 가까웠던 사람들 같았다.
오키프는 남편이 죽은 후 남편을 알리는데 힘을 많이 썼다고 한다. 그녀는 여전히 남편을 사랑했던 것이다.
그녀는 여든이 넘어 점차 시력이 나빠지자 도자기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그녀는 예술에 대한 정열이 대단한 작가였다.
영화의 마지막 대사, 또한 깊은 울림이 있었다.
아직 내 손끝이 보이니 그림을 그릴 순 있지만 시력이 그리 좋지 않다. 이젠 기억 속에서 사물을 찾는다. 아직도 느낌이 생생하다. 할 일이 많다. 그릴 것이 너무도 많다. 가끔은 구상을 하다가 '너무 평범하잖아, 잘 보이지도 않는 바위며 언덕이며 꽃을 왜 그려야 하지? 차라리 산책이나 해'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누군가에겐 평범한 게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닫곤 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해 그림을 그린다.
그녀는 98세에 그녀가 사랑하던 뉴멕시코 근처에서 영면했다.
영화 속에서 만난 멋진 여성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와 오랫동안 떠나지 않았다. 두고두고 보고 싶은 영화다. 주연을 맡은 조안 알렌의 개성 있는 연기 또한 영화의 맛을 더해주었다.
조지아 오키프의 삶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