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

-빛이 머문 순간들

by 푸른 오리

그놈


그놈한테

한눈에 홀딱 반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사진 한 장에

마음을 쏙 뺏겼다


굴뚝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칙칙한 갈색 바탕에

어둔 밤색 점들 점점이 찍혀 있는


그놈에게

두 눈을 빼앗겼다

마음도 빼앗겼다


그저 놈을 잡고 싶은

마음만 두근두근


무딘 연필로

그놈을 포박하느라

아침나절을 온전히 바쳤다


그러나

포박당한 건

바로 나였다


무엇이 나를

이런 맹목으로 치닫게 했나


사랑은 늘

그렇게 불가사의하다




1587359756981[1].jpg <무딘 손으로 서툴게 그린 그림이지만, 당시에는 굴뚝새에게 온전히 마음을 뻿겼다. 참 이상한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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