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글쓰기 기술
‘위반’하라는 말이 눈길을 확 끈다. ‘위반’은 어떤 법령·약속·명령·계약 등을 어기거나 지키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글쓰기에도 나름의 어떤 규칙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라는 말인가?
책의 부제가 ‘아마추어와 프로를 가르는 글쓰기 기술’이다. 심히 유혹적이기까지 하다. 일단 작명은 성공적인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말한다.
유효 기간이 지난 지식은 버려야 한다. 어떤 이론이나 지식, 심지어 원칙도 그 시대와 사회의 편견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지난날의 원칙에 얽매여 있다면 글을 잘 쓰기는 어렵다. 삶의 환경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에 맞추어 글쓰기 원칙 역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9쪽)
지식에도 유효 기간이 있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는 그동안 글쓰기의 모범 문법처럼 여겨졌던 많은 규칙에 대해 딴지를 걸며, 그것들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많은 예시를 통해서 보여주었다.
이오덕의 ≪우리글 바로 쓰기≫가 글쓰기의 교과서처럼 여겨졌던 시절이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언어학을 공부하고 나서, 이오덕의 ‘바로 쓰기’는 실천 불가능한 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이 세상에 고유어(겨레말)로만 이루어진 언어는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원칙으로 통하던 문제에 대해서도 절대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예를 들면 ‘형용사· 부사는 가능하면 쓰지 말라’는 원칙에 대해서다. 그는, 옳은 말이긴 하지만 ‘형용사·부사를 잘 골라 쓰면 문장이 빛난다’로 업데이트되어야 한다고 했다.
형용사·부사뿐만 아니라, 모든 품사가 적절한 단어를 잘 골라 써야 좋은 문장이 된다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한 말이긴 하지만,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직유하지 말고 은유하라’ 거나, ‘만연체는 나쁘다’ 거나, ‘진부한 표현보다 참신한 표현을 써라’라는 말도 업데이트되어야 한다. 은유가 나을 때도 있고 직유가 더 나은 경우도 없지 않다. 그냥 다른 종류의 표현법인 것이다. 만연체 역시 마찬가지다.(14쪽)
그는 글쓰기 비법이라 일컫는 자잘한 소문을 하나하나 검증하며 짚어 나갈 것이라며, 프롤로그를 맺었다. 그가 말한 대로 여러 가지 예문을 제시했고, 때로는 고친 문장과 원래의 문장을 비교해서 독자들이 그 미묘한 차이를 직접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글쓰기의 기술뿐만 아니라, 글쓰기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짚어주었다.
긴 시간 생각하다 보면 앞에서 생각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잊을 때도 많다. 메모라도 해야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물론 메모로는 충분치 않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되살리는 실마리’만 될 뿐이니까. 그것만으로 당시 생각을 제대로 기억해 내기는 어렵다. 완전한 문장으로 써 두어야 한다.
그래서 글쓰기가 중요하다. 글로 써 두지 않으면 자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잘 모른다(...) 생각은 휘발성이 강해서 금방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쓴 것’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생각의 흔적이다.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쓴 글이 자기 생각이다. (51~52쪽)
글로 쓴 생각만 남는다. 그러니 생각을 축적하고 싶다면 글로 써 두어야 한다. 생각(말)에 적절한 번역어(글)를 찾아내는 연습을 많이 할수록 글을 잘 쓰게 된다. 자기 생각에 가까운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97쪽)
사실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생각은 너무 가벼워서 머물지 않고 금방 날아 가버리는 새와 비슷하다. 메모나 글쓰기는 일단 그 새를 잡아 새장에 가두어놓는 일이 아닐까. 그 새에게 먹이를 주면서 새의 노랫소리를 즐기는 건 차후의 일일지라도.
저자는 에필로그에서는 이렇게 마무리 지었다.
어떤 내용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했던 말을 완전히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독자들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면 그동안 들었던 소문과 다른 내용이 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말로 위로를 삼고 싶다.
‘제가 믿는 진실을 써내기 위해 싸운 겁니다. 글쓰기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싸울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여기에서 이긴다면 언제까지나 이길 수 있겠지요.’ 쓰기를 위한 ‘읽기’에서도.
다루고 싶었는데도 그러지 못한 것도 있다. 배우기도 어렵고 설명하기도 어려운 기술이다. 잘 쓴 글에서는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면서 노력한다면 언젠가 도달할 경지일 것이다.(269~270쪽)
글쓰기의 즐거움! 그러나 즐거움은 공짜로 얻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은 고통을 거쳐서 온다.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즐거운 것이다. 다만 그 고통을 즐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저자는 규칙을 뒤집어 더 나은 경우의 글을 여러 가지 예를 통해서 꼼꼼하게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 많은 말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경지! 결국은 많이 써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규칙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위반’하면서.
뺄 수 있다면 빼야 한다. 문장 고치기 전략에서 핵심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다. 무자비할 정도로.(2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