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이 책의 머리말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독서는 책을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다. 한 사람의 시선과 삶의 단편을 기록한 책을 통과할 때마다 나는 읽기 전의 나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난 시간이 재배치되었고, 상처를 응시할 수 있었고, 외면했던 감각을 믿게 되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관념의 집약체가 아니라 하나의 실재하는 공간이다. (29쪽)
독서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너무나 멋진 일이다. 이런 책은 어쩌면 ‘인생의 책’이라고 할 만하겠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그런 책을 만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런 사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은 모종의 희미한 화학작용을 기대하며 책장을 펼친다.
어떤 점에서는 책과의 만남을 사람과의 만남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한 사람과의 만남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듯이, 책 한 권이 또한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책과의 만남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좋은 책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각 개인의 환경과 경험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책과의 만남, 또한 신비롭다. 그 만남은 우연히 이루어지거나 누군가의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어느 시기에 나한테 도움이 되는 책이 불쑥 나타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책과 나 사이에 묘한 인력(引力)이 작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의 제목이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이다. 글을 쓰면 좋은 이유를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글쓰기는 단지 지난 시간을 기록하는 활동이 아니라 경험을 기반으로 끈질긴 사유와 해석을 이어가는 과정이다. 기존의 관념을 비틀어 존재를 자유하는 언어를 구사하고, 경험을 다각도로 해석할 때, 내가 쓴 글은 단지 개인적인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답이라고 여겨졌던 상식에 글쓰기를 통해 질문을 던지면, 그 질문은 파장을 일으켜 누군가의 실제 삶에 자유를 선물할 수 있다. (61쪽)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말이지만 너무 비틀어서 쓴 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존재를 자유하는 언어를 구사’한다는 문장은 애매모호하다. 요즘 글쓰기의 방식으로는 명사인 ‘자유’를 이렇게 동사로도 쓸 수 있는지 궁금하다. 확인해보니 사전에는 나오지 않았다.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자꾸 눈에 밟혀서 언급을 해보았다.
작가의 퇴고할 때의 자세는 참고로 할만했다. ‘형식만이 아닌 내용과 관점에 집중하면 조금 더 고유한 글을 쓸 수’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글은 외연보다는 핵심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깊이 동감했다.
문장 길이, 문단 배치, 형용사 선택. 다양한 부분에서 글을 촘촘하게 퇴고할 수 있지만, 역시 글을 퇴고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글의 개별성과 관점을 점검하는 일이다. 이 글에 ‘나’의 위치가 잘 드러났는지, 혹시 내 위치 없이 허공에서 평가하거나 메아리치는 글은 아닌지, 내 글이 누구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힐지, 오해받거나 악용될 여지는 없는지 질문하면서 글의 메시지에 집중한다. 위의 기준도 추상적인 이정표이지만, 형식만이 아닌 내용과 관점에 집중하면 조금 더 고유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78쪽)
글을 쓸 때는 자연스럽게 자기 성찰을 하게 되고, 그 어느 때보다 내면의 진아(眞我)를 발견할 때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가장 손쉽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이 글쓰기라고 한다면 나만의 지나친 생각일까.
그렇지만 내게는 그것이, 당신과 내가 글을 써야 할 이유 같다. 잘 알면서도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