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뉴욕에서 출생했다. 그녀는 독신으로 지내면서 보모, 가정부,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평생 동안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다.
말년의 그녀는 노숙자와 다름없었다. 2007년 15만 장의 필름을 보관한 5개 창고는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에 부쳐졌고, 사진은 역사가 논 말루프의 손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 후 2년이 지나도록 그녀의 사진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마이어는 2009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네거티브 필름, 인화된 사진, 인화되지 않은 필름 등 15만 장이 넘는 이미지를 남겼다. 생전에는 알려지거나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었다.
말루프는 집필하던 책의 참고 자료로 쓰려고 마이어의 필름을 확인하다가 사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고 SNS를 통해 작품을 알리며 그녀의 행적을 추적했다. 페이스북에 올려진 그녀의 사진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그녀의 사진은 <뉴욕 타임스>, <보그>, <뉴요커> 등에 소개되었다.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는 베를린 영화제,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수많은 국제 영화제의 수상작으로 뽑혔고, 2015년에는 오스카상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그녀는 평생 동안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 책은 그녀의 사진 중 가장 깊이 있는 작품 235점을 선별해 수록한 사진집이다. 개인 유품과 기록까지 포함한 방대한 자료집인데, 큐레이터 마빈 하이퍼만이 마이어의 삶과 작품을 분석한 비평 에세이도 실려있다.
비비안 메이어는 왜 그렇게 평생 동안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가들이 대부분 고민한 것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순간들을 붙잡아 두고 싶어서였을까. 그녀는 생전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고 혼자 간직하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도 그녀가 그만큼 방대한 사진을 찍었는지 몰랐다. 그들도 그녀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은 그녀가 죽고 나서야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전시되고 조명을 받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천재들의 작품은 왜 늘 사후에 인정을 받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마이어가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탓이긴 했지만. 그녀는 왜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을까. 어떤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서 사진을 찍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오로지 순수한 즐거움만을 추구했던 것 같다.
그녀는 사진을 찍는 동안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렇게 열광적으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을 것이다. 비록 경제적으로는 어려웠겠지만, 사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그 어려움을 극복하게 했을 것이다. 그녀의 이런 순수한 열정은 돈과 바꿀 수 없는 아주 소중한 것이다.
돈만으로는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 이 세상에는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예술가들이다. 그들 앞에서 물질적인 가치는 무화되어 버린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일 것이다.
책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그 사진들은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고, 보는 사람마다 각각 다른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다. 그리고 각각의 사진들은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비비안 마이어도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지 않았을까. 사실 그것이 사진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