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리사 펠드먼 배럿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리사 펠드먼 배럿/생각연구소





감정에 대한 고전적 견해에 따르면 감정은 진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포괄적인 메타분석의 결과 어느 뇌 영역에도 감정에 대한 지문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감정은 뇌의 특정부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구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저자의 이런 주장은 매우 어려웠지만 여러 실례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예를 들면 이런 실험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얼룩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경험맹 상태에 빠진다. 그러나 그 사진의 밝은 부분을 보여주는 다른 사진을 보게 되면, 그 사진이 꿀벌의 사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다음에 처음의 얼룩이 있는 사진을 보여주면, 사람들은 처음과는 달리 그 얼룩에서 꿀벌의 이미지를 보게 된다. 이것은 시뮬레이션이다. 시뮬레이션은 들어오는 감각 입력이 없어도 뇌가 감각 뉴런의 점화를 바꾸었음을 의미한다. 꿀벌에 대한 시뮬레이션은 사람들이 꿀벌에 대해 가지고 있던 개념을 기초로 한다.


저자는 구성된 감정 이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1.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고

2. 구성의 전체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 '깨어있는 매 순간 당신의 뇌는 개념으로 조직된 과거 경험을 사용해 당신의 행동을 인도하고 당신의 감각에 의미를 부여한다. 관련 개념이 감정 개념인 경우 당신의 뇌는 감정의 사례를 구성하는 셈이다.'라고 했다.

저자는 기존의 본질주의에 대해 이렇게 입장을 밝힘으로써, 감정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저자는 마지막 장에서 감정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정리해주었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공통된 세 가지 성분이 있는데, 그것은 정동 실재론, 개념, 사회적 실재다.

정동 실재론, 즉 당신이 믿는 대로 경험하는 현상은 당신 뇌의 배선 때문에 필연적이다. 그리고 인간의 뇌는 개념 체계를 구성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당신의 개인적인 경험은 당신의 행동에 의해 능동적으로 구성된다. 사회적 실재는 인간의 막강한 능력으로서, 순전히 정신적인 개념을 서로 소통할 수 있게 하는데, 화폐나 법률 등의 예를 들었다.


그러므로 저자는 우리들이 확실성의 속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당신의 경험은 실재를 열어 보이는 창문이 아니다. 오히려 당신의 뇌는 당신의 신체 예산에 중요한 것을 중심으로 당신의 세계를 모형화하도록 배선되어 있으며, 당신은 이 모형을 실재로서 경험한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책 제목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그녀의 언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과학의 진보가 언제나 답을 찾는 데 있지는 않았다. 과학의 진보는 더 나은 물음을 던지는 것의 문제이기도 하다. 오늘날 이런 물음을 통해 감정의 과학에서, 그리고 더 넓게는 마음과 뇌의 과학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결국 감정은 뇌의 특정 부분에 지문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구성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뇌의 주인으로서 우리는 삶의 주인으로서의 자유를 가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뇌에 대한 과학적, 심리학적 진지한 탐구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본, 긴 시간이었다.


이 책은 혼자만의 의지로는 절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이다. 쉽지 않은 분야의 책인 데다 쪽수가 57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정도서를 읽어야 하는 독서 모임 덕분에 읽어야만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혼자 읽어내기 힘든 책이라도 의무감이 부여되면 읽게 된다. 낯선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을 이겨내면 결국 얻을 게 많은 독서를 하게 된다.

폭넓은 분야의 독서를 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독서 모임의 장점이며 , '연대'가 갖는 힘인 것 같다.



감정은 실재한다. 그러나 이것은 나무 쓰러지는 소리, 빨강의 경험, 꽃과 잡초의 구별과 같은 방식으로 실재한다. 이것들은 모두 지각하는 사람의 뇌에서 구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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