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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ug 05. 2020

평범한 것의 비범함

-마음의 고샅길


 박경리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리처드 포드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삶에서 평범한 것이 어떻게 비범한 것이 되는가 하는 것은
예술의 위대한 구원의 신비이다.



우리가 예술작품을 보고 감동하는 이유는 삶 속에서의 평범함을 비범한 것으로 보게 해 주기 때문은 아닐까.


 고흐의 그림, <구두>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하이데거는 고흐의 구두가 구두 주인의 삶의 궤적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했다. 단순하게 구두를 그린 그림이 아니라, 그 구두를 신은 주인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

 낡고 남루한 '평범한' 신발 한 켤레가, 신발 주인의 신산한 삶에 대한 '비범한' 사유를 이끌었다.

 이런 예술 작품을 보면 정신없이 달려가던 일상에서 걸음을 잠시나마 멈추게 된다. 그리고 그 작품을 통해 오랫동안 돌보지 않았던 자신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게 된다. 예술은 이렇게 신비로운 방식으로 우리를 구원해준다.


 삶의 의미를 생각해볼 여유 없는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예술을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삶이라는 게 잠시 '번쩍'했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빛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면, 맹목적으로 달려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책에 대한 그의 논평 역시 되새길만했다.



 책은, 그리고 책이 지닌 길 안내 능력과 인간의 상상력은 수많은 바다와 수많은 경계를 뛰어넘고, 우리가 얼마나 다르고 또 같은지를 기적처럼 보여줌으로써 그 스스로 유용한 것이 될 수 있다




 흔히 무용하다고 생각하는 독서의 유용함에 대해 정곡을 찔러주는 듯한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닐까. 눈앞에 드러나는 것만이 그 가치를 인정받는 세상에서의 통념을 가끔 슬쩍 뒤집어보는 것, 또한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 듯하다.



<고흐의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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