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자기만의 방>은 많이 들어보긴 했지만 그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다. 그러다가 도서관에서 민음사에서 나온 책을 발견했다. 크기가 작아서였을까. 정감이 느껴져서 얼른 서가에서 끄집어냈다. 책의 두께에 비해 내용은 깊이 생각해야 할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1882년 출생해서 1941년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백 년 전의 여성이었지만 그녀의 사고방식은 현대 여성과 비교해서 조금도 뒤처지지 않았다. 아니, 현대 페미니즘의 근간이 된 여성이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아닌가 생각한다.
<자기만의 방>은 1928년 10월 케임브리지 대학교 내 여자대학인 거턴 칼리지와 뉴넘 칼리지에서 '여성과 픽션'을 주제로 한 강연 내용을 에세이 형식의 책으로 펴낸 것이다. 여자대학교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었다.
버지니아 울프는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여러분에게 돈을 벌고 자기만의 방을 가지기를 권할 때, 나는 여러분이 리얼리티에 직면하여 활기 넘치는 삶을 영위하라고 조언하는 겁니다.
그녀는 돌아가신 숙모로부터 연간 500파운드를 상속받았다. 그 당시에 그 돈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 돈 덕분에 그녀가 자기만의 방과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혼자 자기만의 방에 있을 때 인간은 비로소 내면의 자아를 만날 수 있으며, 내면의 자아를 만날 때에야 세계에 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 삶은 활기에 넘칠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녀가 자유로운 여성의 삶을 주장하던 때로부터 거의 10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렇지만 여성들의 삶은 그다지 자유로워진 것 같지 않다. 그 이유는 뭘까? 여전히 존재하는 사회적 불평등과 편견 때문일까, 아니면 개인의 노력 부족일까. 어쩌면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합해진 결과일 수도 있겠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 자신을 돌아봐도 내게는 아직 '자기만의 방'이 없으며, 글을 쓸 만한 넉넉한 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이것이 꼭 여성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남녀를 불문하고 밥벌이를 해야 하고, 그 밥벌이의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의 금수저 출신들 뿐일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말한다.
나는 그저 다른 무엇이 아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훨씬 중요한 일
그녀는 책을 읽고 글을 씀으로써 '자기 자신'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방'과 글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살 수 있는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 현실 문제를 해결되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인 셈이다.
이것은 현대에 있어서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렇지만 예전에 비해서 여성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된 것은 사실이다.
'자기만의 방'과 충분한 시간은 없지만,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틈틈이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면 좀 더 나은 '자기 자신'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