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작가는 십 대 후반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서점에서 점원으로 일하다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를 만났다. 시력을 잃어가던 보르헤스에게 4년 동안 책을 읽어주면서 그에게서 큰 영향을 받았다.
그는 2000년대 초 프랑스 농촌 마을 헛간을 서재로 개조해서 살았는데, 어떤 사정으로 인해 그곳을 떠나게 된다. 그의 서재에 있던 책이 무려 3만 5천여 권이나 되었다. 그의 친구들이 그의 집으로 찾아와서 그를 도와 목록을 만들고 정리하고 분류해서 70개의 상자에 담았다. 이때 느꼈던 작가의 감정을 에세이로 쓴 것이 이 책이다.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독서를 이렇게 말했다.
독서를 단순히 여러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게 겸손한 표현이다. 내게 독서는 모든 즐거움의 원천이며, 모든 체험에 영향을 주면서 그걸 좀 더 견딜 만하고 나아가 좀 더 합리적인 것으로 만드는 행위다.
책에 대한 그의 열정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글귀여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Packing My Library이다. 즉 '책 싸기'이다. 그는 책 싸기에 대해서 이렇게 정의했다.
책 싸기는 망각을 연습하는 것이다. 그건 영화 필름을 거꾸로 돌려 보는 것과 같다. 멀리 떨어져 잘 안 보이는 지역들에 가시적인 이야기와 방법론적 리얼리티를 부여하는 것 혹은 자발적 망각 행위다. 그건 또 다른 내밀한 질서를 다시 확립하는 것이다... 책 풀기가 부활의 거친 행동이라면, 책 싸기는 최후의 심판 전 온순한 입관 절차와 같다... 책 싸기는 이름 없는 공동묘지에 책들을 집어넣어 그들의 주소를 서가라는 2차원에서 상자라는 3차원으로 바꿔주는 것이다.
책에 대한 은유가 넘치는 책이어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했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에 잠시 넋을 잃게도 했다.
예전에 한국 언론과의 이메일 대담에서, 그가 말한 좋은 책의 정의가 흥미로워 옮겨 본다.
우리가 어떤 책을 '좋다'라고 보는 것은, 우리가 그 책을 읽는 시점에 우리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에 있으며, 그때까지 우리의 이전 경험이 무엇이었느냐에 달렸습니다. 어떤 책을 펼 때마다 매번 이전에 읽은 책들, 그 순간 느끼는 기분, 그 책에서 찾고 싶은 것에 의해 마음이 눌려 그 책에 이르게 됩니다.
책과의 만남이 어떤 운명에 이끌려 이루어지는 듯한 말이다. 그 점에선 나도 동의한다. 세상에 많고 많은 책들 가운데 왜 이 책이 하필 이 순간 내 앞에 있겠는가?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 많고, 시간은 유한하다. 그러니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책만, 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인 듯하다.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