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 마크 윌리엄스 존 티즈데일 진델 시걸 존 카밧진 지음/ 마음친구
‘들어가며’의 첫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우울은 아프다. 우울은 삶의 기쁨을 빼앗는 한밤의 검은 개다.
처칠이 자신이 평생 지니고 있었던 우울증을 black dog이라 불렀다고 했다. 처칠 같은 인물도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우울증이 특별하게 여리거나 아주 예민한 사람들만이 겪는 것이 아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앓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울증은 동물과 차별화되는, 인간적인 특징의 하나로 볼 수 있지 않나 싶다.
우울증을 정신적인 ‘감기’로 흔히 표현한다. 그렇지만 우울증은 육체적으로 앓는 감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자주 재발하는 특성이 있다.
우울증이 자주 재발하는 이유에 대해, 책의 저자들이 알아낸 사실은 우울에 한 번 빠질 때마다 뇌에서 기분, 생각, 몸, 행동 사이의 연결성이 강해져 우울이 더 쉽게 촉발된다는 것이었다. 반복되는 행동이나 감정은 고착화되기 쉬운 것이다. 이런 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한다면, 우울이 습관화된다는 말이 되겠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울과 만성 불행감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고 했다.
·기분이 추락하는 초기 단계에서 해를 입히는 주범은 우울한 기분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우울한 기분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려는 습관적인 노력으로 거기서 벗어나기는커녕 우울의 고통에 더 단단히 갇히고 만다.
우울에 빠진 사람들은 우울한 감정을 곱씹음으로써 우울의 늪으로 점점 더 깊이 빠져 들어가고, 결과적으로 그 우울한 감정을 더 강력하게 지속시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된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잘못된 마음의 습관에서 벗어나게 하는 명상 수련법인, 마음챙김에 기초한 인지치료(MBCT, Mindfulness-Based Cognitive Therapy)를 소개한다.
주류 의학과 심리학에서 임상 효과를 보인 현대 과학의 최신 지견과 명상 수련을 결합한 프로그램이다. 이 책의 MBCT 프로그램으로 우울 삽화(우울감이 지속되는 특정 기간)를 3회 이상 겪은 환자들의 우울증 재발 확률이 절반으로 낮아졌다고 한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들어가며’에, 중요한 핵심이 정리되어 있어서 옮겨본다.
우울하든 우울하지 않든, 우리가 평소 무시하거나 당연시하는 내면의 자원이 바로 몸이다. 생각에 빠졌거나 느낌을 떨칠 때 우리는 몸의 감각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사실, 몸의 감각은 감정과 정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적인 피드백을 준다. 신체 감각은 우울에서 벗어나는 데 필요한 소중한 정보원(源)이다.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 미래를 기웃대거나 과거에 붙들린 마음의 덫에서 벗어나 감정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몸의 감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책에서 언급한 8주 마음챙김 프로그램에, 바디스캔, 호흡과 몸 마음 챙김, 요가, 3분 숨 고르기 등, 몸에 대한 인식 및 몸의 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일 것이다.
책은 총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마음과 몸, 그리고 감정
아론 백(Aaron Beck)둥 선구적 과학자들은 우울증에서 부정적 사고가 중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통찰했다. 그리고 감정을 주도하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신념과 해석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므로 우울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과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마음의 존재 모드(being mode of mind)에 대해 다루었는데,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며 자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존재 모드에 머물며 알아차림을 계발하면 삶이 선사하는 무한한 행복이 열린다고 했다. 알아차림을 키우는 핵심 기술은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마음챙김은 어떤 순간에도 ‘내가 원하는 대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마음챙김이 유익한 이유는 이런 방식의 주의 기울임이 우울을 지속시키고 재발시키는 반추 사고와 정확히 반대되기 때문이다.
2부. 매 순간 깨어있기
마음챙김 계발하기, 호흡, 다른 앎의 방식을 다루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생각이 실체가 아니라 잠시 마음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정신적 사건(mental event)이라는 사실이었다.
생각은 구름처럼 일어났다 사라지는, 단순한 하나의 사건에 불과하다는 것. 이 부분에서 우울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는 각성이 생겼다. 안개 낀 우울의 길을 환하게 비추어주는 밝은 등불 하나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이 책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물이었다.
3부. 불행감을 변화시키다
느낌과 다시 연결하기, 느낌과 친해지기, 생각은 마음이 지어낸 것, 일상생활 마음챙김 등을 다루었다.
자신이 느끼는 불행감을 위협으로 인지하고 반응하면 뇌의 회피 시스템이 활성화된다. 그런 나머지 호기심, 참여, 선의 같은 접근성 행위마저 억누르게 된다고 한다. 불행감을 지속적으로 느끼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3부에서는 흥미로운 개념이 나오는데, 내면 기압계(internal barometer)다. 자신이 매 순간 실제로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차리는 것이다. 깨어있으면 힘겨운 상황에서도 마음의 균형을 잃지 않고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부 삶을 되찾다
온전히 살아 있기, 모든 것을 엮어
첫머리에 인용한 조셉 캠벨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에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삶의 의미가 아니라 생생히 살아있는 경험이다.
캠벨이 말한 ‘생생히 살아있는 경험’은 ‘마음챙김’의 의미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명상 지도자 래리 로젠버그(Larry Rosenberg)의 일상 마음챙김 다섯 단계를 소개했다.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가볍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1. 가능하면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한다.
2.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온전히 주의를 기울인다.
3. 딴 곳으로 마음이 달아나면 하던 일로 마음을 되가져온다.
4. 위 3번을 수십억 번 반복한다.
5. 마음의 방황을 가만히 살핀다.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렇지만 잊지 않고 매 순간 실천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실천의 대가로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면 기꺼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책에는 마음챙김을 계발하는 시간을 매일 정해두고 하면 좋다고 한다. 책에서 소개한 8주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아직 실행해보지는 않았지만, 마음치유를 위한 훌륭한 예방법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책 제목이 『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이다. 우울을 치료하거나 없애는 것이 아니라, 우울을 지나는 법이라고 했다.
슬픔이 부정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바뀌면 우울이 시작된다고 한다. 살다 보면 슬픔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그러므로 슬픔과 동반되는 우울은, 살아있는 한, 늘 존재하며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우울이 피해야 할 나쁜 것이 아니라, 살다가 만나게 되는, 어떤 사건일 뿐이라고, 인식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나도 종종 우울할 때가 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뚜렷하게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한번 촉발된 우울이 또 다른 우울을 부르기 쉬운 이유는 뇌의 습관적인 연결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원리를 안다면, 우울이 습관화되지 않도록 매 순간마다 내면의 기압계를 체크해보는, 마음챙김을 해야 한다.
몸의 감각은 감정과 정신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직접적인 피드백을 준다고 했다. 우울을 슬기롭게 지나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요가 등의 신체활동을 추천하기도 했지만, 집안 정리나 청소를 하는 것도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다만 우울이 심할 때는 꼼짝도 하기 싫다. 그래도 억지로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몸을 움직이는 동안에는 생각의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채널을 돌리면 다른 풍경이 열린다. 단순한 행동이 의외로 쉽게 분위기를 바꾸어놓을 수도 있다.
그러니 우울을, 우연히 만난 손님처럼 접대한다면, 구름이 저절로 생겨났다가 저절로 사라져 버리듯이, 우울도 어느 순간 슬그머니 지나가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