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일기/최현숙/후마니타스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지은이는 구술 생애사 작가이며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 몸담으며 여성위원장과 성소수자 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2008년부터 요양보호사와 독거노인 생활관리사로 일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넋두리를 듣다가 혼자 듣기 너무 아깝다는 생각에 받아 적기 시작해 ‘구술 생애사’라는 것을 하게 됐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일하며 노인을 비롯해 편견과 배제로 경계 바깥으로 밀려나 사람들에 관한 다양한 글 작업을 하고 있다.


그녀는 어머니에 대한 기록 작업을 2009년부터 시작했고, 2013년 『천당 허고 지옥이 그만큼 칭하가 날라나』를 출간했다. 그 책에서는 출생부터 2012년 실버타운 입주 직후까지의 어머니 삶을 다루었다고 한다.


이 책은 2016년 1월 1일부터 지은이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 2018년 11월 5일까지의 기록이다.

경제적으로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지은이 부모님들은 몸이 불편해지면서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거기에서 어머니가 치매 발병해서 돌아가실 때까지, 지은이는 어머니를 돌보며 주로 어머니와 나눈 대화를 기록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자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굉장히 이성적으로 노인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었다. 대략 3년간의 기록을 사실적으로 꼼꼼하게 정리해놓아서 독자들이 생생하게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카톡 단톡 방에서 형제자매들이 나눈 대화에서는 우애가 돋보였다. 일반 가정의 예로 보기에는 힘들 정도로 우애가 돈독해 보였다. 형제자매들의 경제력이 평균 이상이어서 가능했기도 했겠지만 마음 씀씀이들이 참 아름다웠다. 부러웠다.


책 뒷장에는 부록으로 <부모 돌봄 일지>가 있다. 거기에는 지은이의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자녀들 및 기타’의 세 항목에 중요한 사항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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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말미에 ‘나오며’에서 쓴 내용들에서, 삶과 죽음, 노인, 사회복지, 효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지은이의 진지한 고민과 성찰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 ‘낀 세대’들의 공통적인 문제이기도 해서 더 깊이 와 닿았다.

그녀의 글을 옮기며 해결이 쉽지 않은 현실적 문제들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노인 하나가 어디에서 어떻게 죽어 가는가는 지극히 사적이면서 또한 정치적인 문제이다. 그 정치 안에는 계급과 젠더, 가족주의 등의 이데올로기들과, 사회복지, 과학 및 산업, 생명 윤리(그 과잉으로서의 생명 연장), 고령화, 효, 신앙 등 많은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뒤엉켜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는 이런 항목들을 괴물처럼 빨아들여 사회 구성원 모두를 가해와 피해로 뒤엉키게 한다.( 370쪽)


온갖 사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죽음은 모두에게 궁극적으로 감사하고 마땅한 일이기도 하다. 한 목숨의 해체와 소멸은, 다른 목숨의 생성이자 생태계 순환의 과정이다. 사람을 포함한 모든 것들의 생존은, 다른 생명들의 죽음 혹은 직간접적인 죽임을 기반으로 한다. 나는 엄마의 늙어 죽어 감을 통해 늙음과 질병과 죽음이라는 생애 단계가, 자기 자신과 서로, 그리고 가족 공동체 안에서, 생애의 다른 시기와는 다른 어떤 변화들을 만들어내는가를 보려 했다. 그런 변화에는 성별 계급, 각자가 살아 낸 시대, 각자의 가치관, 성격, 건강 상태, 생애 경험 등이 연관돼 있다. (371쪽)


가족에게만 혹은 가족 중 누구에게만, 특히 대체로 여성에게만 노인 돌봄이 떠맡겨지지 않는 사회, 늙음과 죽음이 돈으로만 거래되지 않는 사회, 돌봄 노동이 가장 싼 노동으로 취급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373쪽)


죽음에 대한 성찰은 결국 삶에 대한 강력한 의문으로 귀결된다. 예정된 죽음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쉽지 않은 질문이다.


지은이의 마무리 글은 이러했다.


엄마는 갔지만, 내 기억과 그녀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와 해석과 질문을 통해 그녀는 세상에 있다. 죽음이 강력한 이유는, 모두에게 가차 없고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죽음이 예약된 모두에게 가장 강력한 질문은 ‘어떻게 살 것인가’이다. (3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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