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책 그림책은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이다. 독일의 화가, 삽화가인 크빈트 부흐홀츠가 그린 그림들을 보고, 여러 작가들이 나름대로의 상상력으로 글을 썼다. 책에는 총 46개의 그림과 그 그림에 대한 글이 있다.
책 제목처럼 책 속 대부분의 그림에 책이 등장한다. 크빈트 부흐홀츠는 그림을 그리기 전에 작가들이 그의 그림들에 대해 어떤 상상의 이야기를 전개할 것인지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 듯했다. 부탁을 받은 작가들도 나름대로 고통(?)의 시간을 가지지 않았을까? 어떤 글 속에는 그런 난처함이 드러나는 듯했다. 독자들은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짓궂은 즐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책 속의 텍스트는 열려 있어서 작가들의 의도와 독자들의 의도가 다를 수 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림은 책보다는 더 추상적이어서 그림의 텍스트는 책보다도 그 범위가 더 넓게 열려 있는 것 같다. 바꾸어 말하자면 그림 감상자의 상상에는 거의 제한이 없을 듯하다.
옮긴이 장희창은 말했다.
부흐홀츠는 사회적 억압으로부터의 자유라든가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해방과 같은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나지막하게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그림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그의 말에 동의한다.
몇몇 그림에서는 사회 풍자적인 요소가 강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어떤 그림에서는 자유에의 은밀한 소망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하비에르 토메오가 쓴 <크빈트 부흐홀츠의 그림 앞에서>를 보면 책을 보는 여인이 앉아 있는 의자가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커피 잔도 함께 떠 있다. 하비에르 토메오는 그림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 삽은 아마도 고집불통에다가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한 늙은 고집쟁이의 시체를 묻는 데 사용되었으며, 그 노인을 살해한 것은 반 백 년 동안 군소리 없이 시중을 들었던 그의 아내인지도 모른다고. 그리고 이 노파가 공중에 떠 있는 것은 까다롭게 구는 남편 곁에서 50년이나 지낸 후 마침내 행복을 느끼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으면서 시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38쪽)
하하하!!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갑질(?) 문화를 통렬히 비판하고 있는 듯한 멘트여서 웃음이 저절로 났다. 섬뜩한 느낌이 들면서도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어떤 그림에서는 특정 문학 작품을 떠올리게 했다.
예를 들면 리하르트 바이에가 쓴 <도로 위에서>는 카프카의 『성』을 연상시켰다.
<도로 위에서>에는 토지 측량사 ‘K’가 등장한다. 카프카의 『성』의 주인공 이름과 같고 직업도 똑같다. 그림에는 의자에 앉아서 책을 보며 한없이 기다리는 ‘K’의 모습이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 그림의 도로에는 중앙선이 아니라 횡단선이 그려져 있다.
리하르트 바이에의 ‘K’는 ‘성이 취하고 있는 행동이 끝없는 경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깨달았다. ‘K’는 성 당국은 정확한 측량치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결국 그는 실업자로 머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기다리고 있다. 이 무지막지한 기다림. 그것은 어쩌면 현대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 없음’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이밖에도 책 속의 그림들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 그 그림들은 감상자에 따라 멋지게 변주될 수 있을 것이고, 그림과 글을 비교하며 책장을 펼치는 시간은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심심할 때마다 부담 없이 아무 데나 펼쳐서 볼 수 있는, 그림과 글이 재미있게 하모니를 이룬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