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울 땐 독서
원제가 '헨리 라이크로프트의 수상록'인데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이 책은 지금은 절판된 상태이다. 2000년에 출판된 책인데, 거의 20년 가까이 우리집 서재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가을 무슨 인연(?)으로 책을 읽게 됐다. 사실은 영문학부 시절부터 읽어봐야지 하던 책이었는데 이상하게 잘 읽히지 않았다. 학부시절에 빚 갚는 심정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결국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헨리 라이크로프트' 라는 가상 인물을 내세워 자신의 철학관을 은근히 드러내고 있다.
라이크로프트는 거의 일생동안 가난한 작가 생활을 했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가 죽으면서 그에게 종신연금을 유산으로 남겨줬다. 그 덕분에 라이크로프트는 시골집에서 마음에 드는 가정부를 두고 안락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계절마다의 섬세한 감수성을 맛볼 수 있었다. 작가로서 책에 대한 애정표현을 얘기할 때는 슬며시 웃음이 났고, 특히 '시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일생 동안 시간을 사거나 시간을 사려고 노력할 뿐, 그밖에 무슨 일을 했을까?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 손으로 움켜잡은 시간을 다른 손으로 내 다 버리고 있는 것이다.
백여 년 전의 사람들도 지금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갔던 것 같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사람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고 점점 피폐해지는 것 같아서 우울해졌다. 물질적으로는 월등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한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싶어서이다.
아름다운 산문은 가슴을 촉촉하게 적셔준다. 바깥세상에서 접하기 힘든 감수성을, 책에서나마 느낄 수 있어 적지 않은 즐거움을 느꼈다.
책이 내 삶의 영원한 동반자가 되기를, 이 계절에 새삼스레 다시 소망한다.
이제 태풍 하이선만 무사히 지나가면 참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