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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Apr 24. 2020

깨를 볶으며 사랑을 생각하다

-  마음의 고샅길


 깨 볶는 일과 사랑의 공통점은?

 내 생각에는 화력 조절인 것 같다. 깨를 볶을 때 처음에는 수분을 빨리 증발시키기 위해서 센 불로 볶아야 한다. 사랑도 처음에는 불타오르는 감정이 있어야 서로 간의 거리를 빨리 좁힐 수 있듯이.


 센 불에 깨를 볶다가 어느 정도 수분이 날아가면 중불로 낮추어 슬슬 볶아야 한다. 사랑도 뜨겁게 타오르는 시기가 지나면 온도를 슬쩍 낮추어야 한다. 이때 화력 조절을 잘하지 않으면 참깨든, 사랑이든 다 타버리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알맞게 익히는 것이지, 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다.


 적당한 온도에서 깨를 볶다 보면, 타닥타닥 튀어 오르는 것들이 생긴다. 이 시기에는 사랑도, 참깨가 튀어 오르듯이, 여러 감정들이 튀어 올라 부딪히기 시작한다. 


 자, 이제 불을 은근히 더 낮추어야 할 때다. 다시 화력 조절이 중요하다. 이때쯤이면 참깨는 속까지 노릇노릇 잘 익어 고소한 냄새를 풍길 것이다. 사랑도 적당히 익으면 마구 부딪히던 감정들이 잦아들고, 서로를 감싸 안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깨를 볶는 일이나 사랑을 하는 일. 그 두 가지 일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 퍽이나 비슷해 보이지 않는가?


 깨를 볶다가 느닷없이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가스불의 열기 때문에 뜨거운 사랑을 떠올렸을까. 사랑이 늘 뜨거운 것이었나? 물론 사랑의 시점에 따라 온도는 제각각 다르겠지만. 


 뜨거운 불의 시간이 마침내 끝났다. 

 이제 참깨 맛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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