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 자리에/올리버 색스/알마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Everything in Its Place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

제목에서부터 어떤 관조적인 느낌이 들어서 가슴이 알싸해졌다.

그는 신경과 의사로서 많은 책을 집필했고, 그의 책은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는 인간의 뇌와 정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일반인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썼다. <뉴욕타임스>는 그를 ‘의학계의 계관시인’이라고 불렀다.

그의 작품이 사랑을 받는 이유는, 의사로서 환자를 치료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그들을 한 인격체로 대하는 따스한 그의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쓴 작품인 만큼, 그의 인생을 돌아보며 감회에 젖어 쓴 글 같다. 그러나 우울함보다는 느긋하게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여유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의 회상은 유년시절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수영을 좋아한 물 아기 water baby였던 어린 시절 이야기, 그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박물관, 식물원, 동물원 이야기, 열두 살에 경험한 첫사랑 이야기, 과학자들 이야기, 임상 경험들, 그가 사랑했던 책과 도서관 이야기,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주는 마지막 희망의 메시지 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 글들에서 그의 인간적인 체취와 면모를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글을 옮겨본다.


만약 우리가 운 좋게 건강한 노년에 도달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의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해주는 것은 ‘삶의 경이로움’ 일 것이다. (215쪽)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는 아주 건강한 노년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이 나이 평균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일 뿐이지만.

노화에 대한 기준을 단순히 신체의 건강만으로 규정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몸만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무기력하다면 정말 건강한 삶이라고 말하기 힘들 것이다.

흔히 백세 시대라고 말하는 요즘, 단순히 오래만 사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어떤 이는 노화의 기준을 호기심의 유무로 판단한다고 했다. 상당히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말한 ‘삶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하는 것은 ‘호기심’이다. 저자는 삶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죽을 때까지 열정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뇌/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신체적으로나 신경학적으로는 건강해도, 정신적 에너지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소진된 사람들도 있다. 뇌가 건강하려면, 최후의 순간까지 활발하고 경이로워하고 놀고 탐구하고 실험해야 한다.(212쪽)


호기심을 가지고, 최후의 순간까지 활발하게 놀고 탐구하고 실험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성장하는 젊은이들은 대체로 모든 것에 대해 활발한 호기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많을수록, 모든 것에 대해 시들해지는 경향이 있다. 더 이상 새로움이 없는 삶이란, 사실 살아있는 삶이라고 할 수 없다.


어쩌면 새로움이라는 것도 노력해서 발견하는 것인지 모른다. 늘 만나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로움은 존재할 수 있다. 다만 어떤 시선으로 대상을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다. 즉, 호기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세상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저자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사랑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특유의 낙관주의 정신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듯했다.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의 힘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좀 더 행복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다. (351쪽)


이제 더 이상 그의 글을 만날 수 없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는 그의 책 속에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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