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박준/문학동네

-외로울 땐 독서

by 푸른 오리



시는 일상의 갑갑함으로부터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영혼의 비타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낯선 언어로 익숙한 이야기를 하거나, 세상에 없는 말을 세상에 있는 말로 바꾸는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이름은 시인이다.

박준의 시에는 결핍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 같다. 어쩌면 결핍이 시를 만들고, 예술을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결핍이 좋은 것이라고 꼭 주장하기도 힘들다. 결핍과 충족 사이의 거리는 얼마만큼 먼 것일까.
삶은 늘 결핍투성이로 충족이라는 '완전함'을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다. 그렇지만 완전함은 삶을 통과하는 과정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삶의 막다른 골목, 즉 죽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인지 모른다.
결핍은 시인으로 하여금 시를 쓰게 했지만, 시를 쓰지 못하는 보통의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며, 고개를 끄덕이며 동행을 자청하면 덜 외로울까...

'천마총 놀이터'라는 그의 시에서 한 부분만 발췌해본다.



결국 무엇을 묻어둔다는 것은 시차를 만드는 일이었고 시차는 그곳에 먼저 가 있는 혼자가 스스로의 눈빛을 아프게 기다리는 일이었으니까요


시인이 어릴 때 수학여행에 가지 못하고 친구들을 생각하며 혼자 놀았던 기억을 끄집어낸 시. 가슴속에 몰래 묻어두었던 기억이 한 편의 시로 탄생했다.

결핍은 때로는 창조를 이끈다. 그런데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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