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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Oct 14. 2020

멀고도 가까운/리베카 솔닛 지음/반비

  -외로울 땐 독서


<멀고도 가까운>은 에세이집이면서 회고록이며, 한 편의 장편 소설 같은 이야기가 풍성하게 담겨 있는 책이다. 이야기로 지은 집은 소박하면서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총 13편의 에세이가 실려 있는데 특이하게도 초승달 모양으로 목차의 순서가 배열되어 있다.


 첫 이야기 '살구'에서 시작되어 마지막 이야기 '살구'로 끝나는데, 7번째 제목은 '매듭'이다. 중간 부분에 매듭을 짓고 다시 풀어서 제 자리로 돌아가는 듯한 목차는, 삶의 순환을 나타내는 듯하다. 


 작가인 딸의 금발과 글쓰기 재능을 질투하는 엄마와의 애증관계, 프랑켄슈타인, 백설공주, 신데렐라, 백조왕자, 눈의 여왕 같은 동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삶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는지를, 누에가 실을 뽑듯 자연스럽게 풀어낸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작가의 어머니가 치매를 앓게 되어 어머니 집을 처분하게 되는데, 어머니 집에 있던 살구를 따서 작가의 집으로 들여놓는 이야기로 시작되는데, 살구와 어머니와 삶의 기록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에서 역시 살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긴 여정의 글을 마친다.


 이 작품은 많은 이야기들이 촘촘하게 직조되어 다양한 문양을 지닌 멋진 태피스트리(tapestry) 같았다. 각각의 문양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그 이야기들이 이어져서 결국 하나의 연대처럼 된다.

 삶의 작은 순간순간들이 결국은 하나의 큰 의미로 수렴되는 것을 보여주는, 깊은 의미로 가득 찬 에세이집. 


 




 작가 리베카 솔닛은 미국 저술가, 비평가, 역사가, 여권 운동가이다. 1980년 대부터 환경, 반핵, 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다. 저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남성들의 설명 강박을 비판하며, '맨스플레인(Mansplain)'이라는 여성주의 용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가 결합한 조어로, “남성이 여성을 기본적으로 뭔가 모르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자신의 말을 일방적으로 쏟아붓는 태도”를 말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페미니즘의 면모보다는, 작가의 삶에 대한 순수한 통찰이 드러나는 아름다운 작품으로 느껴졌다.

 문득 그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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