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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Oct 24. 2020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지음/에코의 서재

  -외로울 땐 독서


 저자 로렌 슬레이터는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 칼럼니스트로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 차례 수상하였다. 그녀는 어려운 심리 이론을 다룬 이 책을 일반 독자들이 수필처럼 이해하기 쉽게 썼다. 이 책이 가지는 미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겠다.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에는 10가지 심리 실험이 소개되어 있다. 


1.B.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2.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3.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4.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5.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6.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7.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8.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9.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10. 드릴로 뇌를 뚫은,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를 한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 


 
내가 접해본 이론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모르는 이론들이 많아서 흥미롭게 읽었다. 이 책은 인간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이며 심리학적 탐구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런 탐구는 계속되어 왔지만, 아직까지도 인간의 심리는 완벽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왜냐하면 인간이라는 존재가 쉽게 분석되고 파악된다면, 인간은 '존재'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심리 실험에 관한 글을 쓴다는 것은 과학과 예술 분야를 모두 다루는 훈련이었다"라고 했다. 그녀는 심리학자들의 성격, 최종 데이터가 나오기까지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과 그 실험들이 초래한 결과에  관해서도 조사했고, 이런 연구 자료들이 심리학자들의 과거와 미래에 어떤 자극을 제공했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고 또 활용에 실패했는가를 조사했다.


여러 실험들이 모두 흥미로웠지만,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실험이었다. 그녀는 기억이 어떻게 오염될 수 있는가를 직접 관찰했고, 초기 실험을 통해 시간이 흐르면 기억이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을 발견했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맞다고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 사실은 자주 왜곡되거나 훼손된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우리도 가끔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긴 했다. 어떤 일에 대한 기억이,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도 서로 다를 때가 왕왕 있었다. 누구의 기억이 가장 정확한 것인지에 대한 결론은 누구도 내릴 수 없다. 그러면 우리가 믿는 기억이라는 것은 결국 자기 합리화의 결과일 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조그만 뇌에서 일으키는 신비로운 일에 대해 아직은 잘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미래에는 이런 뇌의 비밀이 밝혀질 날이 있을 것이다. 

 그런 발견은 양날의 칼과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튼 책 한 권을 통해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을 살펴볼 수 있었다.

 유익하고 흥미로워서 교양서로서도 손색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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