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른 오리 Oct 23. 2020

나, 살아남았지/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


나, 살아남았지/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푸른 책들. 임프린트 에프 
 

 20세기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선집.
일반적으로 시는 길지 않지만, 해설은 길다. 그만큼 시에 함축된 의미가 넓고 깊다는 뜻일 게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인을 이해하는 것이 때로는 큰 도움이 된다.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독일 뮌헨 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여 제1차 세계대전 중에 위생병으로 복무했고,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반전주의 경향의 토대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어릴 적부터 심장병을 앓았고, 두 차례의 대전을 겼었으며, 나치 치하의 긴 망명생활 후 분단 독일에서 살았다. 그는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풍자적 색채가 있는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책상에서 보이는 창가에 나무 당나귀를 올려놓았는데, 당나귀 목의 작은 표시판에는 "나도 곧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해"라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는 문학작품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자신의 작품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의 이런 생각은 그의 작품들 속에 스며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시들이 모두 다 그렇게 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래도 유머와 풍자로 가득 차 있는 시들은 슬그머니 웃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많은 시들이 있었지만 그중 짧은 시 몇 개만 옮겨본다. 
 


<약점> 
 
넌 하나도 없었지.
난 딱 한 개 있었고.
사랑했다는 약점. 
 
 


<옛날 옛적에> 
 
옛날에 닭 한 마리가 있었어.
닭은 할 일이 하나도 없었지.
하품을 하며 모두를 바라보았어.
하지만 닭이 입을 쫙 벌리자
개가 말했어.
넌 이가 하나도 없구나!
닭은 치과 의사에게 갔어.
그리고 틀니를 샀어.
이젠 맘 편히 하품할 수 있지.
새 이가 있는 입으로. 
 


 
하하! 유쾌한 시들이 아닌가? 이런 시들은 당나귀도 알아들을 수 있겠다. 

음.. 시에 대한 내 수준은 당나귀 수준이지만 시를 읽는 즐거움은 크다.
베란다 창으로 내다본 바깥 풍경은 어느새 곱게 물이 들어 있었다. 

시는 언제 읽어도 좋지만, 가을은 특히 시 읽기 좋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어떻게 쓰는가/김영진 외 12인/씨네 21 북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