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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 오리 Oct 30. 2020

부상당한 천사에게/김선우 산문/한겨레출판

  -외로울 땐 독서

 



 한겨레 신문에서 <김선우의 빨강>으로 연재했던 글들과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글을 묶어서 낸 책. 

산문 한편들이 책의 한쪽밖에 차지하지 않는 양이어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문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책 내용은 아주 날카로웠고 전투적인 결기까지 느껴졌다. 이전에 내가 알고 있던 김선우 작가는 매우 감성적인 글을 쓰는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책 제목에서 뭔가를 암시하고 있었음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그동안 국내에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있었다. 작가는 그 일들을 마치 자기 일처럼 가슴 아파하며 써 내려갔다. 작가는 문학인들이 순수문학만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인간은 결코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라, 다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이고 네가 바로 나일 수도 있다는 것. 이런 사고방식은 불교의 사상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산문 한 편 한편들이 마치 불타오른 가슴속에 남아 있던 사리들 같았다.


  작가의 사회참여는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올곧은 생각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다. 정치. 사회적 문제에 무심하던 나를 꾸짖는 듯만 해서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좀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건 나의 긍정적 변화를 향한 따끔한 일침이었을 게다. 


  <부상당한 천사>는 핀란드 화가 후고 짐베르크의 그림 제목이다. 짐베르크의 그림에는 부상당해 이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천사가 두 사람이 운반하는 들것에 앉아 있다. 천사는 오른손에 꽃 몇 송이를 쥐고 있다. 비록 부상을 당하긴 했지만, 꽃을 꼭 쥐고 있는 모습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천사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눈물겨웠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 책 제목을 따오지 않았나 싶었다. 책의 내용과 짐베르크의 그림은 딱 떨어지게 어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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